갈돕이야기 만들기/읽은 책 들려주기

이오덕의 삶과 교육사상을 읽고.......

갈돕선생 2007. 4. 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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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모임, 부산교육연구소 모두 함께 읽어보자 제안했던 책을 오늘 읽어 보았다. 꼬박 세 시간. 눈을 뗄 수 없을만큼 이오덕 선생의 삶은 그렇게 깊고 넓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느끼는 가장 큰 감동은 우리 나라에도 이제 어엿한 교육사상을 가진 훌륭한 교육사상가를 가지게 됐다는 뿌듯함이었다. 일생을 우리 말과 글, 아이들의 참삶, 참교육을 위해 돌아가실 때까지 온 몸을 바쳤던 우리 시대의 스승, 이오덕.

 

이오덕 선생님과 그 제자들의 실천을 곧잘 따라하며 아이들과 함께 행복을 느꼈던 지난 십 여 년을 돌아보며 고마운 마음 헤아릴 길 없다. 밀양에서 시골아이들과 함께 사시며 글쓰기 교욱을 실천하시는 이승희 선생님이 이 년 전 김해 학급운영 연수에 강의에 오셔서 하시는 말씀 가운데,

 

"정말, 글쓰기 교육을 내가 알지 못했다면 제대로 선생 노릇이나 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는 말을 떠올려 본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과 참교육을 입버릇처럼 내뱉었던 내 모습을 돌아보며 정말 글쓰기 교육이 없었다면 이오덕 선생님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날에 펴내셨던 이오덕선생님의 책을 뒤적여 보았다. 93년 11월에 구입했던 <우리 문장 쓰기>를 펼쳐 보며 그분의 실천과 연구가 얼마나 나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그저 고맙다는 생각만 든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부분도 곧잘 보인다. 이오덕 선생님의 이름이 태어난 해의 끝 수와 태어난 곳 이름의 첫자를 합쳐서 만들어졌다는 것과 한국글쓰기연구회의 글쓰기라는 말이 글짓기를 누르고 세상에 태어나기까지 일이 여러 논쟁을 거쳐 투표까지 간 상황에서 단지 한 표 차이로 결정됐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기까지 했다.

 

얼마 전 나의 한 친구는 나에게 이제 가르치는 일도 재미가 없다고 했다. 왜 그럴까?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친구가 가르치는 게 재미가 없다니 그것은 어쩌면 그에게 교육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나 사상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따지고 보면 꼭 그 친구만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교육에 관심없이 오직 출세에만 눈 먼 교사들이나 그저 그렇게 큰 욕 들어먹지 않고 월급만 받으면 되는 것처럼 사는 교사들에게 가르치는 일은 점점 지루한 일이 되고 있다. 역시 그들에게서 교육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나 사상은 없어 보인다.

 

이오덕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가르치는 일도 일이다. 그 일이 즐거워야 하고 그 즐거움이 사람의 삶을 가꿀 수 있는 힘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교사에게 맡겨진 아이들도 바르게 자랄 수 있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의 먼 훗날 우리 사회를 좀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배움과 일과 놀이가 하나여야 하는 학급과 학교를 만드는 일은 교사에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고 해 볼만한 일이다.

이오덕선생은 이 모든 일을 평생에 걸쳐 온 몸으로 보여주셨다. 교육에 대한 뚜렷한 신념, 철학, 사상이 뒷받침 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쉽게 지치지도 가르침에 재미를 잃지도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내 교직생활은 나날이 가혹한 고문을 받는 생활이 아니었던가. 교육계에 투신한 이래 나는 그러한 비리와 모순을 목도할 때마다 깊은 절망의 늪에 빠지곤 하였다. 그러나 끊임없는 자가당착과 회의 속에서도 교육이란 어쩔 수 없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당위의 길이었고, 절망과의 씨름이었다.

.....(가운데 줄임)........

꿈에도 그리던 참교육을 이제는 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이오덕 외, <내가 걷는 길> 청조사 1979)

 

이글을 쓴 이주영 선생도 말씀을 하셨지만, 한 교사의 교육사상이나 철학은 거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주위 환경에 부딪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할 때라야 그리고 몸으로 실천하고 기록할 때라야 가능한 일 일 것이다. 그것이 이오덕 선생처럼 큰 업적으로 남는 교육사상일 수도 있고 한 개인의 소박한 사상일 수도 있겠지만 그 어느 것이듯 교사가 교육을 하는데 있어 자신만의 뚜렷한 사상이나 철학을 만들어 가는 일은 곧 교사로서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일 것이다. 그때라야 내가 아이들 앞에서 선생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이오덕 삶을 보며 나는 삶의 진정성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된다. 이주영선생의 말씀처럼 이오덕 그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아마도 오랫동안 우리 교육과 우리 교사들과, 우리 아이들 맘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말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시처럼 그는 나무가 되고, 풀이되고, 새가 되고, 매미가 되고, 잎이 되고, 열매가 되고, 노을이 되고, 무지개가 되고, 흙이 되어 우리 곁에서 살아가지 않을까.

 

이번을 기회로 그분의 연구와 실천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