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7년 교단일기

지난 아이들, 오늘 아이들

갈돕선생 2007. 3. 6. 15:29

<오늘 아이들>

 

오늘 사회시간. 올해 사회수업은 지난해 보다 조금 더 잘해보자 싶어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다. 그런데 웬걸. 15명이나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았다. 남자 열셋, 여자 두 명. 순간 화가 났다. 절반의 아이들이 교과서를 들고오지 않으면 오늘 수업은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교과서를 과감히 오려 '나만의 사회책'을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화가 나서 잔소리 좀 하고 절반의 아이들은 다른 형식으로 공부를 하게 했지만, 순간 순간 내 입에서는 잔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사회 첫시간부터. 이제 제대로 수업한지 둘쨋날밖에 안 됐는데도 아이들은 교과서를 너무도 쉽게 가져오지 않았다. 어제부터 조금씩 조짐이 보이더니. 아니 아이들 설문과 부모님들의 설문에서 이미 짐작은 했지만 지난해 아이들과 또 다른 삶을 살아온 올 해 아이들 모습에서 좀 더 탄탄한 준비가 필요함을 느낀다. 더욱이 오늘 국어시간 의견 나누기에서조차 도무지 입을 열지 않는 아이들때문에 많은 시간을 써버려 생각했던 부분까지 수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와는 아이들의 성향들이 내향적이고 집안에서 알뜰살뜰 돌봄을 받는 아이들이 지극히 적다.

 

다시 생각하고 준비하고 아이들과 좀 더 긴 호흡으로 다가서야 할 것 같다.

 

<지난 아이들>

 

개학 첫 날부터. 우리 교실을 기웃거리는 몇몇 녀석들이 있다. 한 번 보이고 다시 안 보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날마다 송언선생님 반 아이처럼 도장을 찍는 아이들이 있다. 헤어질때 울었던 혜경이와 정석의 녀석이그렇다. 오늘은 배진희도 왔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오던 한제원이와 민선이는 오늘 오지 않았다. 날마다 온다던 민선이 오늘은 일이 바빴나 보다.

 

방금은 정석의 녀석 불쑥 찾아 문을 활짝 연다.

 

"아~ 놀래라~"

"뭐 하세요."

"니 뭐하로 왔노?"

"그냥, 살아있나 죽어나 보로 왔죠."

"잉. 녀석."

"들어올래면 들어오고 아님 집에 가라."

 

그랬더니 씩 들어온다.

 

"너희 담임샘 누구시니. 이름은?"

"음.... 잘 모르겠어요."

"몇 반인데."

 

녀석이 부르는 반을 들여다 보니 누군지 알았다. 재밌냐 물었더니 담임 선생님때문에 살이 빠졌단다.

무슨 얘기냐 물었더니 교과서 안 들고와서 벌 받고 친구랑 장난치다 벌받아서 그렇단다.

 

'이 녀석에게는 교과서가 큰 의미가 없는데.....'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녀석 지금도 내 주위에서 맴돌고 있다. 안 갈려면 책 보고 가라 했더니 그냥 돌기만 한다.

 

오늘 함께 지낸 아이들, 떠나보낸 지난 아이들 속에서 나도 이제 마음의 정리를 해야할 듯 하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출발이라고 말은 했는데, 아직도 나는 지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 같다. 자꾸 지난 해와 견주게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