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7년 수업일기

'다자구 할머니' 수업 다르게 다가서기

갈돕선생 2007. 4. 25. 23:26

서정오 선생님이 지난해 '열린 어린이'에 연재를 하여 <교과서에 실린 옛이야기>를 비평하신 것 가운데 4학년 '다자구 할머니' 이야기가 있다. 이 옛이야기를 비평하시며 던진 말씀 가운데 시점을 달리하여 다가서면 어떨까라는 제안이 있다.

 

'다자구 할머니'라는 전설이 채록된 책에 근거하자면 당연히 다자구 할머니는 관군의 편일 수 밖에 없고 산적들은 때려 잡아야 할 적이지만, 당시 산적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민중들의 편에서 이 이야기를 새롭게 기술하면 또 다른 시각을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교과서에 실린 옛이야기들의 대부분은 구전된 것이 아니라 문헌에 채록된 것이라 한다. 따라서 다분히 민중성이 떨어지고 관점도 권력을 가진 자들의 시각에서 구성된 것이 많아 자칫 우리 아이들의 세상 보는 눈을 한 쪽으로 치우치게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시점을 달리하여 글을 쓰게 하였더니 산적의 처지에서 글을 시작하다가도 다시 산적을 적으로 몰아부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산적은 나쁜 인물이라는 설정이 머리에 팍 박힌 우리 아이들은 산적의 처지에서 글을 썼더라도 산적을 반성하게 하고 다시 권력에 순종하는 이른바 착한 인물로 다시 꾸미려 했다.

 

어쩌면 이러한 공부가 4학년에게는 무척 어려운 시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시점'에 대한 이해를 시켜야 했다. 하지만 다자구와 관군의 시각에서만 펼쳐졌던 이야기를 산적의 시각으로 돌리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아이들은 다자구 할머니의 재치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산적을 이해시키는 일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었다.

 

먼저 산적들의 눈에 비친 '다자구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산적들 눈에 다자구 할머니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미웠을 것 같아요."

"할머니의 지혜에 감탄하고 반성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산신령에게 당했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그래요, 어떻게 보면 산적들에게는 다자구 할머니가 첩자, 스파이, 간첩 같지 않았을까요?"

 

"네, 맞아요."

"하지만, 다자구 할머니는 좋은 일은 한 건데요."

 

이쯤돼서 아이들은 적지 않게 혼란스러워 보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건지 궁금한 눈치였다. 그래서 이야기 했다.

 

"우리 산적을의 처지에서 생각해 이 사건을 바라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질까요?"

"여러분도 친구들하고 싸울 때 서로 자기 처지만 얘기하잖아요. 가끔 선생님이 여러분 다툴 때 가보면 서로 자기만 잘했다고 얘기하는데 이 친구 얘기하면 이 친구 얘기가 맞는 거 같고 저 친구 얘기하면 저 친구 얘기하는 것 같고 그렇더라구요. 여러분은 그런 적 없나요?"

 

"예, 맞아요. 저도 그런 적 있어요."

"저도 동생하고 싸운 적이 있는데요. 동생이 자꾸 자기만 잘했다고 했어요. 사실은 지가 잘못했는데."

 

"그래요. 이야기라는 건 이렇게 만든 사람의 생각과 처지에서 쓰여져요. 여러분, 흥부와 놀부 이야기 알죠. 이 이야기는 누구의 처지에서 쓰여진 것 같아요?"

 

"흥부요."

 

"그래요. 흥부죠. 만약 이 이야기가 놀부의 처지에서 쓰여졌다면 이야기는 확 달라져 있을 거에요."

 

"바로 지금 그 이야기를 하자는 겁니다. 다자구 할머니라는 이야기를 산적들의 입장에서 말이죠."

 

이렇게 다자구 할머니를 새롭게 접근해서 수업을 해 보았다. 하지만 기대한 것과 달리 산적의 입장에서 쓴 글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열심히는 써 주었으나 역시나 다자구 할머니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이야기의 흐름이 잘못돼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알 수 없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었다.

 

이렇게 이 수업을 마무리 짓기에는 너무 아쉬워 시간을 더 내어 아이들에게 다시 다가섰다.

 

첫째, 일어난 사건은 같다는 점을 다시 알렸다.

둘째, 이야기는 철저하게 산적들의 처지에서 쓰되 1인칭이거나 3인칭이거나 상관이 없다고 했다. 물론 아이들은 이러한 시점을 이해하지 못하니 그나마 잘 쓴 아이들의 글을 읽어주었다.

셋째, 옛이야기를 직접 만든다고 생각하고 마주이야기(대화체 글)도 넣어 달라 했다. 이야기가 훨씬 살아있을 거라며.

 

아이들은 나의 강요(?)와 설득으로 다시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절반은 건졌는데 아직 헤매는 아이들도 있었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보였다. 나에게는 나름대로 뜻 있는 수업이었는데 아이들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4학년 아이들에게 무리한 수업이었는지 아님 내가 잘못 다가선 것인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쉽고 부족하지만 우리반의 절반 가까운 아이들이 써 낸 글 몇 편을 옮겨 본다. 다시 읽어보니 꽤 대견하기도 하다. 하~ 수업 참 힘들다.

 

 

어방초 4학년 강병구

 

난 원래 산적이 되기 싫었어. 왜냐하면 조정에서 어느 마을에 못되기로 유명한 사또를 보낸 거야. 그 사또는 우리 돈과 식량을 빼앗아 갔어. 그래서 우리는 사또를 크게 원망했지. 그래서 우리는 사또를 크게 원망했지. 그래서 나는 원한을 품고 산속으로 들어갔지. 그리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식량과 귀중한 물건을 빼아았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마을에서는 조정에서 내려보낸 장군이 군사를 모아 죽령에 있는 우리를 붙잡으려고 했어. 그러자 한바탕 군사들과 싸웠지. 그러나 우리가 힘이 강해서 군사들은 우리들 못 이겼어. 어느날, 어느 할머니가 나타나 장군에게 이렇게 말했지.

 

"장군님, 이제 제가 산적들을 잡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할머니가 우리 앞에 나타났던 거야. 그러고는

 

"다자구야, 다자구야, 덜자구야, 덜자구야."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물었지.

 

"왜, 우시오."

 

그러니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지.

 

"나한테는 사내 자식이 둘 있는데. 이 늙은 어미를 두고 어디론가 떠났소."

 

내가 이렇게 말했지.

 

"우리랑 같이 우리 소굴로 갑시다."

 

우리들의 소굴로 할머니를 데리고 갔지. 그리고 친절하게 잘 대해 주었어. 오래간만에 큰 잔치도 벌였지. 그런데 우리가 술이 너무 취해 있는 나머지 다자구 할머니는 이렇게 외쳤어.

 

"덜자구야, 덜자구야."

 

우리가 자고 난 뒤에는 이렇게 말했지.

 

"다자구야, 다자구야!"

 

그때 군사들이 몰려와서 우리를 잡아갔어. 잔치를 못한 우리는 너무 억울했어. 그리고 그 할머니는 너무 미웠어. 우리가 그렇게 잘 해주었는데 말이야. 우리들을 이렇게 대하다니. 너무 억울해.

 

 

어방초등 4학년 황해민

 

옛날 한 마을에 아이가 태어났어. 그 아이는 가난한데가다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혼자 살아야했지. 그 아이는 어떠헥 살지 고민하다가 결국 산적이 되기로 결심을 했어. 그리곤 부모 없는 아이들을 불러 모아 산 속에 들어 갔어. 마침 백성들의 세금을 거두는 세 사람이 오고 있었어. 마침 돈이 다 떨어졌기때문에 산적들은 잽싸게 덥쳤어. 돈을 잃고 두 사람은 줄행랑을 쳤는데 한 사람의 걸음걸이가 이상한 거야.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지. 그래서 슬쩍 발을 걸어 넘어 뜨렸어. 그런데 어마어마한 돈이 쏟아 나오지 뭐야. 그 돈을 모두 챙겼지. 다음 날 산적은 길을 가고 있었는데 웬 할머니 한 분이

 

"다자구야, 덜자구야~"

 

하며 구슬피 우는 거야. 산적 한 명이 우는 이유를 물어 보았지. 그러자 할머니는

 

"나에겐 아들 두명이 있는데 이 늙은 어미를 버리고 혼자 가버렸다우. 그래서 아들들을 찾고 있는 중이오."

 

하고 말했어. 그러니까 산적 두목이

 

"아, 그러지 말고 우리 일이나 해."

 

하고 말하며 할머니를 데려 갔어. 하지만 속으론 달랐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잘해줄 생가깅었거든. 자기의 소굴로 들어가자마자 큰 잔치를 열었어. 오랜마에 놀아보려고. 그런데 술을 너무 마셔서 다들 제 정신이 아니었어. 그때 할머니는 당연히 할 일을 해야한다는 듯 큰 소리로.

 

"다자구야, 다자구야!"

 

하고 외쳤어. 그러더니 포졸들이 우루루루 몰려와 산적을 붙잡았어. 산적은 할머니에게 잘 해주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첩자였다니 너무 억울했어. 하지만 잘못이 많으니 할 수 없이 감옥에 갇혔어.

 

 

어방초등 4학년 허진혁

 

산적은 원래부터 산적이 되고 싶은 건 아니였데. 예전에 사또가 세금을 너무 많이 거두었데. 하루 한 끼 겨우 먹는데도 거둬가고 세금을 못 내면 감옥에서 백일을 있어야 했데. 그러니 산적은 분노가 쌓이길 시작했고 결국 산적이 되어 빼앗긴 만큼 훔치기 시작했지.

 

몇 달이 지나고 나라에서는 병사들과 장군을 보냈는데 계속 산적이 이기니 자신만만했어. 어느날 할머니가 아들을 찾고 있는 거야. 불쌍해서 일을 시킬려고 데려왔지. 그런데 그날 잔치가 있었는데 산적들은 술을 좋아해서 금방 취했지. 그래서 산적들은 곯아 떨어졌어. 바로 그때

 

"다자구야. 다자구야!"

 

하며 할머니가 외치기 시작했어. 그러자 장군과 병사들이 달려와 산적들을 묶어서 어디론가 끌고 갔어. 그때 산 적 한 명이 이렇게 말했어.

 

"할망구가 배신? 아니 첩자였구나! 추운 곳에서 아들 찾는 것 보다 나을 것 같아 데리고 왔더니 이런!"

(사실 나라도 이렇게 말했을 거다.- 진혁이가 덧붙인 말^^)

 

산적이 끌려 간 곳은 사또가 있는 곳이었다. 사또가 왜 그랬냐고 묻자 산적들은 산적이 되기 전에 일을 이야기 했다. 그러자 사또가 웃더니 명을 내렸다.

 

"이제는 세금을 조금만 거둬 들이고 가난한 사람은 세금은 걷지 않겠다."

 

그 뒤로 산적들은 다시는 산적이 되지 않기로 하고 풀려나게 되었어.

 

 

어방초등 4학년 이수빈

 

옛날에 나는 착한 사람이었어. 하지만 친구들과 나는 점점 돈이 없어져 빚도 갚아야 하고 해서 산에 들어가서 산적이 되었어. 우리는 점점 더 재미있어져서 지나가는 사람 물건도 빼앗고 세금 관원들이 들고 있는 돈까지 다 뺐었지.

 

어느날 어떤 할머니가 울면서 우리가 있는 산으로 와서

 

"다자구야, 덜자구야!"

 

하고 외쳤지. 그래서 우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 왜 그렇게 울면서 '다자구야 덜자구야'라고 외치는 지 물었지. 근데 아들을 찾고 있다는 거야. 그런데 아들이 산적이 되었다는 거야. 그래서 우린 어리둥절했지만 그 할머니를 데리고 가서 집안 일을 시키기로 했지.

 

며칠 뒤 우리는 오랫만에 돈이 많이 모여서 술 잔치를 했지. 그런데 할머니가 계속 우리 한테 술을 먹이는 거야. 그래서 우린 그 술을 그냥 먹었지. 계속 먹다보니 졸린 거야. 그래서 잤는데 할머니가 그때

 

"다자구야, 다자구야." 하로 말하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병사들이 우루루 개미떼 처럼 몰려와서 우리를 마구 데리고 가는 거야. 그래서 우린 그때 그 할머니가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알았지. 우리는 그냥 친절하게 대했는데 말이야. 그것도 모르고 속은 나는 내가 정말 싫어. 우린 아직까지도 벌을 받고 감옥에 갇혀 있어. 부탁인데 말이야. 우리를 좀 구해줘. 제발 부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