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7년 교단일기

학부모 만나기 대장정 그 첫 날!

갈돕선생 2007. 5. 10. 23:39

내일 장학지도 온다고 교실마다 바쁜 모습들이다. 연구일을 내 놓은 탓인지 장학이 오는지도 모르게 하루를 산다. 오늘은 계획한 대로 학부모님을 만나기 시작하는 날이다. 학교방문 두 분, 가정방문 두 분. 수업을 마치고 난 뒤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먼저, 첫 어머님과 두시 사십분 약속이었는데 정확히 교실을 찾아주셨다. 장난이 심한 아들을 둔 어머니의 걱정도 있었지만 어머님과 함께 좀 더 나은 학교와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서로 질문도 하면 오십 분동안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 어머니가 나가시자 마자 갑자기 예정에도 없이 다른 어머님이 찾아주시는 바람에 상담할 분이 늘어나게 됐다. 그냥 가시라하기도 뭣하여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가 걱정이라는 어머님에게 3월보다 훨씬 자신감 있게 학교생활하고 있다는 말씀을 전해드렸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나를 만난 것에 대해 무척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학교 가는 일이 즐거운 것 같다며 고맙다는 인삿말도 받았다. 세시 사십분에 만나기로 했던 어머니가 오시는 바람에 충분히 얘기를 나누지는 못하여 아쉬웠지만 전화나 다른 통로로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더 나누기로 약속을 하고 배웅을 했다. 세번째 어머님도 역시 장난이 심한 아들의 어머니였다. 집과 달리 장난이 심한 아들때문에 죄송하다는 말씀으로 시작을 했지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그 나이 때 아이들 모습이니 큰 걱정은 말라 말씀드렸다. 밤 늦게 집에 들어오는 아이때문에 학원을 너무 많이 다니는 것 아니냐는 내 말씀에 이런 저런 답변을 해주시는데 아무튼 지나친 공부량으로 아이가 너무 빨리 공부에 질리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써달라는 말씀을 드렸다.

 

이렇게 학교방문 학부모와 헤어지고 나는 다시 가정 방문 길에 올랐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작하는 가정방문. 지난 해에도 그랬지만 비슷비슷한 빌라촌으로 뒤덮여 있는 이곳 학구에서 쉽게 방문지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바로 앞에 두고도 둘레를 세 바퀴를 돌고 전화를 하고서야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털털한 어머니와 아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먼저 아이의 방을 둘러 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만큼이나 읽을 만한 책은 없었고 전집류와 만화책으로 뒤옆여 있는 책상을 볼 수 있었다. 전집보다는 단행본으로 나온 책 가운데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책이 좋다고 권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는 않은 듯 했다. 오히려 스파르트 식으로 가르치는 제대로 된 공부방 선생에게 보냈으니 나아질거라며 학교교사가 방문한 것을 무색하게 하는 말씀을 쏟아냈다.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학교교사는 정말 들러리가 되고 허수아비가 되는 듯 해 보였다. 잘 듣고 있다가 정중히 말씀드렸다. 학교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가 학교에서 열심히 할 리는 없다고. 그 아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학교 공부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신경 써 주시라고. 가장 중요한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그 아이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에 만족하고 급하게 다음 방문지로 움직였다.

 

오늘의 마지막 가정방문지는 얼마전 아이의 성격과 성적문제로 큰 걱정이 들어 긴 메일을 보내주신 어머님이었다. 귀엽고 앙증맞은 딸이지만 지나치게 수학을 싫어하고 행동이 느려 학교생활에 지장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이 많은 어머님이었다. 다행히도 무용에 특별한 재주와 흥미를 느끼고 있던 터에 어제 큰 상까지 받아 어머님이나 아이나 기뻐하던 차였다. 나름대로 나에 대한 믿음이 두터웠던 지라 얘기를 풀어가기도 편했다. 물론, 아이도 나를 무척 따르고 좋아하는 아이이기에 함께 노력한다면 작게라도 변화를 가져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상태였다. 한 시간이 넘도록 함께 걱정하고 길을 찾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필요한 학원공부와 방과후활동을 줄여보고 한 가지라도 집중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조언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하신다. 무조건 따르시겠다니 부담은 들지만 믿어주시는 마음때문에 고마웠던 만남이기도 했다. 앞으로 그 아이의 변화를 위해 자주 연락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가정방문이 이래서 좋은지도 모르겠다. 학교보다 좀 더 마음을 터 놓을 수 있고 아이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앞으로 이어질 관계의 달 5월을 채울 '학부모 만나기 대장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도 키우고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하여 교사로서 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랄 뿐이다. 네 시간동안 이어진 상담으로 오늘 힘은 들었지만 보람도 무척 컸던 하루였다.

 

 

<이틀 전 만들었던 황토 수건을 교실에 걸어 보았다. 색다른 분위기에 아이들도 나도 모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