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5월의 집필자 회의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논쟁, 그리고 모기와 싸워야 했던 26일. 밤 열 시가 돼서야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우리 김해는 2학년 교과서를 맡은 지라 논쟁의 지점에서 조금 비껴 서 있었지만, 1주기의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로서는 대안교과서의 틀을 잡아가는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 봐야 했다.
아직은 교과서의 모양새에 대한 뚜렷한 합의가 없어서인지 여전히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다. 제자리를 찾아가는가 하면 다시 거꾸로 거슬로 올라가야 했고 거슬로 올라가서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을 거듭했다. 새로 오신 분들이나 아님 미처 대략 결론이 난 부분을 깨끗하게 인지하지 못한 분들은 우리말 길잡이(교육과정)를 다시 확인하는 질문이나 뚜렷하지 않았던 부분을 확실히 하려 하셨다. 아쉬운 점과 답답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 모든 과정이 앞으로 이어질 대안교과서 작업에서는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좋은 교훈을 주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기도 했다. 한 번도 교과서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본 일이 없는 우리들에게 이런 회의 한 번 한 번이 매우 소중하지 않을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번에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제부터라도 교육과정 모임이나 지역모임이나 참가 인원과 범위를 뚜렷이 해 늘 참여했던 사람들이 빠짐없이 참여하여 예전에 이미 나름의 결론이 지어진 부분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낭비는 줄였으면 한다. 아울러 지역모임대표나 회의 참여자는 지역으로 내려가 회의 결과나 교육과정 진척상황을 정확히 전달해 동기부여와 교육과정 이해가 충분히 공감되었으면 한다.
이번 집필자 회의에서 각 지역에서 가져온 활동 자료는 몇몇 선생님의 걱정과 달리 매우 유익한 것이었다. 우리는 이제 첫 걸음을 내딛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번에 교과서의 틀과 내용을 생각해서 지역모임에서 만들어 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느꼈다. 물론, 내용도 나름대로 알차서 지금의 교과서와 뚜렷하게 차이가 나 보였다. 다만, 아이들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갔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많은 논의, 깊은 논의 속에서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끝으로, 이번 토론에서 무척 안타까웠던 점은 우리가 만드는 교과서에 우리 스스로 자신없어 하는 분들이 보였다는 점이다. 분명하게 말하건대, 우리는 누구의 눈을 의식하고 누구와 견주거나 지나치게 대안교과서라는 명분을 앞세우지 않아야 한다. 우리들이 만드는 교과서는 소박한 우리들의 마음을 담아내되, 정성을 담고 우리 아이들의 삶과 매우 가까운 내용으로 전국의 많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다가서는 것을 앞세워야 한다. 사기업의 화려한 학습지와 견주거나 학부모나 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의 눈을 의식한다면 우리는 절대로 좋은 교과서를 만들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우리들이 의식해야할 부분은 아이들의 삶과 눈을 의식해야 하고 뜻있는 많은 선생님 바람이어야 한다. 기존의 교과서가 분명 그러하지 못했기에 첫출발을 내딛는 우리들의 교과서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들이 만드는 교과서는 분명 사기업의 학습지나 국정교과서와 다르다. 그건 우리는 아이들과 호흡할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학습지가 아무리 화려하고 수준이 높더라도 학습지는 아이의 인지적 학습에 치우치는 한계를 가진다. 국정교과서는 아이들의 삶과 이미 거리가 있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더 이상 불안해 하거나 지나친 견주기와 걱정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난 토요일 회의때 가져온 선생님들의 자료는 아직도 많은 부분을 고치고 다듬고 틀을 바꿔야 하지만, 아이들과 호흡하는 내용으로 가져가겠다는 노력이 엿보였다. 주위를 다 둘러 보되, 되도록 앞만 보고 가자. 충분히 우린 그럴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