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행복을 꿈꾸는 삶

무릇 여름에 서서 들숨 날숨고르기

갈돕선생 2007. 6. 8. 22:19

3월이 시작된지 어제 같은데 벌써 6월이다.

 

정치세상을 돌아볼라치면, 6.10 민주항쟁을 떠 올리는 언론 매체들의 호들갑이 새삼스럽고 대통령의 입놀림은 여전하여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고 독재자의 딸 박씨와 개발독점시대의 제왕 이씨는 짐작한 대로 미친 개처럼 서로 물고 뜯으며 피를 볼 게 뻔 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교육세상을 들여다보면, 3불 정책에 맞서 싸우는 교육부의 모양새와 서울시교육청의 국제고 설립행위가 우수꽝스러워만 보이고 졸속으로 마련된 교원평가 법안통과가 저지된 상태에서 교장승진제도의 변화를 시도하는 교육부가 교육개혁의 선봉장인양 돼버린 상태에서 한국교총의 비판은 그 꼼수가 훤히 들여다만 보이는데......

 

우리 학교를 들여다보면, 편안함 그 자체다. 어느 정도 의례적인 학교일들이 정리가 되고 난 뒤의 평안함. 그 평안함 속에서 이달말에 예정된 평가때문에 진도빼기에 전력을 다하는 선생님. 부쩍 아침 출근 시간이 늦어지면서 9시가 돼서야 겨우 주차장이 채워지는 풍경들. 쉬는 틈틈 아이들은 복도를 뛰어다니고 소리치고 교실에서 교사는 보이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엄연히 아이들 지도 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교사들은 교사대로 따로 노는 모습은 여전히 지우기 어려운 그림이다. 수업시간이 채 끝나기도 무섭게 집으로 아이들을 돌려 보내는 교사들의 무심하고도 지루한 얼굴들 속에서 학교는 오늘도 안녕(?)하다.

 

지난 5월 한 달, 나를 돌아보면 조금은 지쳤던 게 분명하다. 자연스럽게 우리 식구와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들숨 날숨을 번갈아 쉬며 숨고르기를 하는 시간들이었다. 적당히 아이들 앞에서 게으름도 피우고 적당히 수업준비를 뒤로 하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어 댔다. 오랜만에 우리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늘여 보았다. 모임하나가 줄어든 덕(?)도 컸다. 우스운 건 어제까지 지난 해 적지 않은 마니아를 만들어냈던 일본소설 원작 '연애시대'라는 드라마에 푹 빠져있었다는 것다. 우연히 알게 된 이 드라마의 소재와 전개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며 폐인이 되다시피 그 이야기에 홀려 일주일을 보냈다. 드라마+소설+OST+관련에세이까지 파고들었다. 조만간 그 감상을 써 볼 터인데 무거운 시대성과 억압성 짙은 제도와 어두운 역사의 담론에 익숙한 우리네 소설과 달리 지극히 작고 작은 얘기지만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네 삶의 한 편린을 재미나게도 꺼내어 우리들 되돌아 보게 하는 일본소설의 색다른 능력이 너무도 쉽게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하~ 이제 이 정도면 됐다 싶다.

마치 피곤한 상태에서 잠을 푹 자고 일어나 앉은 아침 새벽녁 개운함이랄까. 새롭게 여름을 맞이하고 싶다. 이제 방학을 준비할 시기다. 방학에 할 일을 생각하니 방학의 절반이 벌써 날아가 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그 방학기간 만날 사람들때문에 조금씩 흥분도 된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일은 참 행복한 일이다. 여러가지 이유와 핑계를 대며 요리조리 가르침의 본질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아닌 진정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그속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서 언제부턴가 나는 다른 방향에서 방학을 무척 기다린다. 생각보다 빨리 무더위가 찾아왔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 무더위도 즐겁게 넘어설 것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