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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하는 애랑 놀지마" 성적지상주의에 우정도 금가

갈돕선생 2007. 7. 4. 10:35

"공부 못하는 애랑 놀지마" 성적지상주의에 우정도 금가

같은 중학교 3학년인 이모 양과 김모 양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죽마고우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매일 등·하교를 함께하며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된 뒤부터 두 학생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등하교시 다른 친구와 다니며, 어쩌다 마주치면 서로 외면할 정도로 우정에 금이갔다. 초등학교 때는 서로 성적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중학생이 된 뒤 성적 차이가 커지면서 두 사람 사이도 멀어졌다.

이처럼 중학교 교실에 친구관계가 성적 때문에 갈라지는 사례가 적지않다.

내신성적이 고교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점도 원인일 수 있다. 또 교사나 학부모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을 멀리하도록 하는 등 성적 지상주의가 여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생들 성적에 집착=정 모(S중 3)양은 평소 친구가 많은 학생이었다. 그러나 고교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2학년 때부터 점수에 민감해져 주변 친구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같은 반의 우 모(S중 3) 양은 정 양에 대해 "시험을 치면 상위권에 속하면서도 항상 공부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다른 학생의 공부를 방해한다"고 말했고, 역시 같은 반의 황 모(S중 3) 양도 "친구들도 앞 뒤 말과 행동이 달라 친하게 지내기를 꺼린다"며 안타까워 했다.

시험점수뿐 아니다. 학생들은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원 정보나 과외 정보 등에 대해 쉽게 주고 받지 않는다. 김모(D중 3) 군은 "학창 시절에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추억거리를 포기하고 성적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교사 학부모의 한마디 때문에…=예민한 중학생들에게 교사나 학부모의 한마디는 중요하다. 무심코 던진 말이 학생들에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모(Y여중 2) 양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자신을 어색하게 대하는 것이 의아해 이유를 묻자 친구들이 "선생님께서 너와 놀지 말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 양의 성적이 처진다는 게 이유였다. 박 모(K중 3) 군은 "집에선 엄마가 성적이 좀 떨어지는 내 친구와 만나지 말라고 한다"면서 "물론 나랑 친하기 때문에 계속 만나고 있지만 부담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성적과 우정 사이=실제로 대부분 학교에서 학생들의 성적과 석차를 공개하고 있다. 학생들이 경쟁심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다. 또 교사나 학부모의 한마디는 한창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상처가 될 수 있다. 고교나 대학 진학을 위해 성적이 중요하지만 우정과 성적은 별개이다.

김 모(Y여중) 교사는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의 경쟁심을 유발하기 위해 조금 자극적인 얘기를 한 게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진 것 같다"면서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인 만큼 교사들이 언행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모(S중) 교사도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관계가 질투와 이기심으로 나타나는 것은 문제"라면서 "학창 시절에 진정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친구를 사귀는 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특별취재반 / 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