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개의 조각을 겨우 겨우
오늘 첫 시간은 국어수업이었다. 고운 말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공부하는 단원의 끝자락이었다. 서툴더라도 아이들 한 명 한 명 다 나와 자기 소개를 간단히 하도록 했다. 절반은 기꺼이(?) 나섰는데, 나머지 절반은 부끄럽다고 나오질 않는다. 겨우 설득해 말하게 했는데, 짐작한 대로 잘한 아이를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앞에 나와 얘기하는 게 그 다음 수업을 좀 더 쉽게 가져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끈질기게 말하도록 했다.
이어 되돌아보기, 더 나아가기를 했다. 상황에 맞는 고운말 쓰기 역할극을 했는데, 앞 선 수업때문에 그런지, 연극이라는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인지 나오겠다고 나서는 아이들이 꽤나 많다. 비슷한 상황과 대사들이 이어졌지만 순간 튀어 나오는 말들이 재밌기도 했다. 나도 역할을 하나 맡아서 했는데, 재밌는 대사를 내뱉을때마다 아이들은 자지러졌다. 물론 '똥'을 내세웠다. 아이들은 역시 '똥'에 민감하다. 나름대로 역할극 수업도 아이들의 폭발적인 반응 때문에 잘 넘어갔다.
오늘 말하기 듣기 수업때도 여전히 아이들은 연필을 꺼내놓고 무언가 적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필기구도 교과서도 다 집어넣고 수업하자 하니 나중에 어떤 녀석이 교과서 수업은 언제 하냐고 묻는다. 푸~
내일 이어질 쓰기 공부때는 글을 쓰는 아이들 상황부터 짚어봐야 할 듯 하다. 글씨도 글씨지만, 아이들이 과연 쓸 욕구가 있을지. 쓰고 싶은 글이 있을지 부터 챙길 생각이다. 아직 일기(생활글)쓰기 지도는 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일 수업이 그 상황이 될 것 같다. 프레네의 '자유로운 글쓰기'처럼 우리네 '글쓰기 교육'처럼 자기 삶을 풀어내는 욕구를 먼저 끌어내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오늘은 직원체육에다 회식까지 이어지는 날이었다. 내일 수학수업 준비때문에 교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은 없고 틈나는대로 학교에서 만들고 집에 들고와 세 시간동안 우드락 조각을 만든다고 자르고 난리를 쳤다. 조성실 선생님의 놀이수학을 하기 위해 우드락 조각이 필요해 준비를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동학년이 함께 준비하면 좋겠는데 아쉽다. 우리 아내가 1학년인데, 이번에 만든 거 함께 써야 할 듯 하다. 오늘 사천 개의 조각을 겨우 겨우 만들어냈지만 마음은 뿌듯하다. 그 까닭은 내일 아이들과 이 조각으로 가위바위보 하며 수학 첫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저학년으로 내려오면 여유시간이 많다던데, 아직 학기초여선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나는 여전히 바쁘다. 하~ 피곤하다. 잘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