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8년 교사일기

뽀뽀로 뺨이 즐거웠던 하루

갈돕선생 2008. 3. 15. 00:12

오늘 아침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하영이가 내게 작은 사탕 꾸러미를 건냈다. 뭐냐고 했더니 사탕이란다.

고맙게 받겠다고 하고 책상 위에 고이 올려 놓았는데, 이내 아이들이 사탕을 건낸다. 알고보니 오늘이 화이트 데이란다. 하영이는 아이들에게 나누주라고 했다며 어머니에게 받은 사탕 한 봉지를 가져다 준다. 알겠노라하고 받아 두었다.

 

오늘 수업은 어제 이은 국어수업. 낱말 공부를 했다. 여전히 속도의 차이가 있다. 좀 더 준비를 해야할 듯 하다. 프레네 학교에서 봤던 자가 점검 카드가 자꾸 떠오른다. 각기 다른 아이들의 속도를 어떻게 맞춰주어야할 지 걱정이다.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힘들 것 같다.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노력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이어 즐거운 생활. 오늘은 운동장에 나가는 날이다. 훌라후프를 들고 온 아이들은 신나게 운동장에서 돌리며 뛰놀고 있었다. 잠시 뒤에 나간 나는 재미난 광경도 지켜 볼 수 있었다. 4학년 주재영선생님이 호루라기로 자기 반 아이들을 불렀는데, 아니 2학년 1반 녀석들 아무 생각없이 그쪽으로 달려가는게 아닌가? 아무리 2학년이지만 황당했다. 그리고 웃었다.

 

아이들과 짝놀이와 이어달리기도 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다만, 너나 없이 자기 할 일에만 빠져 있는 통에 다음 과정을 이어가지 못해 주의를 주기 위해 중간에 그만 두고 교실로 들어가도록 했다. 냉랭해진 분위기. 작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첫날부터 지금까지 오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뭔가 경고가 필요했다. 하지만 생활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규율이나 약속은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올 해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오늘은 5교시까지 있는 날이라 조금 힘들었다. 점심을 늦게 먹는 아이들이 너댓명이나 돼서 점심시간이 그만큼 짧기만 하다. 한 술 뜨고 딴 데 보고 한 술 뜨고 딴 데 보는 몇 몇 아이들때문에 급식소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강제로 떠 먹일 수도 없고 정말 아이들은 각각 제 속도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한숨이 나온다.

 

아이들과 헤어질 시간이 되자 하영이가 내게 다가오더니 아까 사탕 준 거 아이들에게 빨리 안 나눠주고 뭐하냔다. 아차 싶어 부랴부랴 사탕을 나눠줄려고 하는데, 한 녀석이 다가와서 사탕 좀 달란다. 그래서 어짜피 줄 거 조건을 내밀었다. 뽀뽀 해주면 준다는 조건. 우습게도 2학년 우리반 아이들 너무도 쉽게 보드라운 입술을 건내주었다. 소리도 예쁘다. 쪽쪽. 침도 뭍혀 있어 내 볼은 어느새 침 자국이 돼 버렸다. 오늘은 33명에게 뽀뽀 받은 날. 이렇게 오늘도 아이들과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