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8년 교사일기

<읽기> 첫째마당을 보니 갑갑해

갈돕선생 2008. 3. 19. 22:13

이제 이 교과서도 내년이면 사라진다. 개정 교과서가 들어온다는데, 개정 정도가 아니라 전면 개편이었다. 형식과 내용이 큰 폭으로 바뀔 것 같은데, 아무튼 올해까지는 이 교과서로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 한다. 말하기 공부에 이어 쓰기, 이제는 읽기로 넘어간다. 첫째마당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여 있지만 각기 다른 목표와 내용이어서 한 교과서로 공부하기는 어렵게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이렇게 주를 달리하여 각기 다른 교과서로 공부를 하게 된다.

내일부터 읽기에 들어가야 해서 다시 한 번 첫째 마당 전체를 훑어 보았다. 학습목표는 <글을 읽고, 느낌이나 생각을 친구들과 주고 받을 수 있다. 바른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다.>이다. 평범한 무난한 목표이고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라 꽤나 재미있게 내용을 구성할 수도 있으련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 읽기 마당을 구성한 분들께는 미안한 얘기지만 정말 재미가 없다.

시로 느낌을 말해보는 첫 시간은 그런대로 이야기 거리가 있겠는데, 시가 정말 재미가 없다.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벌어지는 두번째 글도 평범하다. 도덕책 읽는 것 같다. 새싹의 전화는 생뚱맞기까지 하다. 새싹과 전화를 한다? 아이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첫번째 마당 두번째 꼭지에 들어서면 바른 자세로 글과 시를 읽자 한다. 태도를 익히는 단계인 것 같은데 아무튼 재미가 없다. 바른생활이 된 것 같다. 끝자락에는 '곰 할아버지의 생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도대체 극적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만큼 단순하다. 정말 재미가 없다. 나만 그럴까? 요즘 우리 반 아이들 아침 내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난리다. 옛이야기 해달라고. 짧은 이야기지만 곧잘 드러나는 긴장감이 아이들을 옛이야기 맛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교과서에 실리는 글이라면 적어도 이런 흉내는 내 줘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내일과 모레 읽기 교과서 전체를 아이들과 훑어 보고 선택과 집중을 해 가며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고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볼 생각이다. 재구성하고 싶어도 이야기 건덕지가 약해 교과서로 재구성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부터는 준비하고 있는 두 가지 이야기로 아이들의 느낌과 생각을 알아보고 몸으로 드러내는 수업도 해보려 한다.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우리 회장님의 책 '짜장 짬뽕 탕수육' 이고 또 하나는 '칠판에 나가기 싫어'이다.

오늘 모처럼 이곳 김해에 비가 왔다. 아침부터 비가 꽤 많이 내렸다. 차분하게 교실로 들어서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4학년 할 때보다 신경쓰고 챙길 일이 많아 보인다. 내가 불안해서 더 일을 하는 건지, 아님 진짜 일이 많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 보내고도 쉬지 않고 퇴근때까지 일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집에 오면 무척 피곤하다. 잠시 삼십분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조금 개운한데, 이러면 꼭 새벽 한 시를 넘겨서야 자니 다음 날이 또 걱정된다. 하~

쉬는 시간만 되면 아이들은 내 곁에 몰려 든다. 나와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십 분이 왜 그렇게 짧게만 느껴지는데, 한 아이가 무슨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벌써 쉬는 시간이 끝나간다. 오늘은 동인이가 내 품에서 놀다가 갔다. 요즘 자주 뽀뽀를 하고 당하는 통에 이제 아이들도 점점 익숙해(?)져가는 듯 하다. 뽀뽀라도 할라치면 주변에 있는 아이들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지만, 늘 웃어대는 아이들 모습에서 피곤함이 사라진다. 아이들 하나 하나 하는 몸짓이 놀랍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요즘 그렇다. 2학년 아이들과 살아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일이었을 거다. 지금까지는 2학년 하기를 잘 한 것 같다.

음..... 지금 박문희 선생님의 '들어주자 들어주자'를 열심히 읽고 있다. 읽는 순간순간 지난해 박문희 선생님의 강의가 귓가에 맴돈다. 글 내용이 아주 판박이다. 무심코 내 뱉었던 내 말들도 잘못된 어른들이 말이라 늘어놓고 있었다. 읽다 보니 알고보면 어른들도 자기 얘기를 들어줄 상대가 없어 외로운 존재들인데, 너무 어른들만 잘못하고 있다 꾸짖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에서 어른이나 어린 아이들이나 들어줄 상대가 있다는 것,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산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는 않지 않은가. 그래도 어른을 넘어 교사로서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어야 하겠기에 박문희 선생님의 말씀을 열심히 들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