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8년 교사일기

선생님~ 가위바위보 해요.

갈돕선생 2008. 4. 22. 23:58

쉬는 시간만 되면 내게로 달려드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야기꾼에 노래꾼에 150살 먹은 도사노릇까지 해야 해 조금 힘이 들지만, 아이들은 나를 무척 좋아해준다. 우리반에는 나에게 뽀뽀를 아주 쉽게 자주 해주는 녀석들이 꽤 많다. 현홍이, 성은이가 대표적이다. 나머지 애들은 이따금 해주는 데 이녀석은 수시로 해준다. 보드라운 입술이 내 볼에 닿을때마다 참으로 기분이 좋다. 오늘은 현홍이 녀석이 내게 오더니 가위바위보를 하잖다. 그래서 해 주었다. 그런데 아무 생각없이 손을 내밀어서였나 자꾸 내가 진다. 지는 사람이 뽀뽀해주기 내기였는데, 내가 현홍이에게 서른 번은 한 거 같다. 현홍이도 내 볼에 열 번은 했다. 그러자 너나 없이 아이들이 가위바위보 하잖다. 뽀뽀가 이젠 무척 자연스러워졌다. 나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무척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렇게 아이들과 사는 법을 조금씩 익혀간다.

 

오늘도 오후에 두 분의 어머님과 만났다. 예인이 어머님과 윤오 어머님이 교실을 찾아 주셨다. 막내아이를 업고 담임과 상담하겠다며 교실을 찾은 예인이 어머님의 정성과 마음이 고마웠고, 내 학급운영을 지지한다며 떨리는 마음으로 교시을 찾아주셨던 윤오 어머님의 마음도 고마웠다. 두 분 모두 한 시간씩 얘기를 나누었다. 일도 밀려있고 내일 장학지도도 받는다지만, 어머님들과 만나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미룰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만큼 어머님은 나를 이해해 주셨고, 나는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두 시간의 소통으로 내일 만날 예인이와 윤오는 오늘 보았던 예인이와 윤오와 분명 다를 것이다. 그 아이들을 좀 더 알고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목요일은 세 분을 만나기로 되어 있다. 가정방문도 끼어 있다. 힘은 들지만, 한 해 동안 아이들을 맡은 담임으로서 응당 해야할 일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