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선생 2008. 9. 30. 20:17

오늘은 2학기 현장학습 가는 날. 경주학습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경주 엑스포. 볼거리도 부족하고 체험도 한계가 있어 가을 바람 쐬러 좀 멀리 갔다 왔다는 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나경이가 아파서 못와 허둥대며 차에 올라 탔던 아침. 이것저것 풍성하게 챙겨주신 한 어머님의 정성이 부담(?)이 되기도 했던 아침. 1시간 30분 뒤 도착한 경주 엑스포 장소에서 어설픈 게릭터 전시장에 이은 경주타워. 그나마 경주 타워는 경주일원을 둘러 볼 수 있어 좋았다. 85m 상공까지 엘리베이터를 한 반 모두가 함께 타고 올라가는 일로도 놀랍기는 했지만, 160억을 투자했다는 타워치고는 뭔가 아쉬움이 많은 곳이었다.

 

이어 점심을 먹었다.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밥 먹자는 아이가 있을 정도로 아이들은 바깥으로 놀러나오는 일이 마치 먹으러 나온 이유 밖에는 없다는 양 차에서도 계속 먹어댔던 아이들은 이제는 점심을 먹자 난리였다. 도착한지 한 시간 만에 도시락을 꺼내 먹도록 했는데, 어찌나 반가워 하던지. 우리 선생님들도 어머님들이 싸주신 김밥을 하나씩 들고 모여 밥을 먹었다. 그런데, 도시락을 싸주신 어머님 정성은 너무 무거워 주차장에 놔두고 움직일 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사실 오늘 점심시간이 30분 밖에 여유가 없어 퍼지고 앉아 편안하게 먹을 환경도 아니었고 아이들을 인솔해야 하는 내 처지에서 점심거리를 들고 움직을 형편도 아니었다. 때로는 이렇게 소통되지 않은 정성이 부담으로 다가서기도 한다. 다행히도 학교로 돌아가 먹지 못한 도시락을 잘 해결할 수 있어 겨우 부담은 덜 수 있었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3D 에니매이션 영상을 두 편 보았다. 그런대로 괜찮은 영상이었는데, 아이들이 지르는 소리와 애당초 낮게 나온 스피커 소리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말로 듣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은 이 영상이 재일 재밌었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아이들은 이 영상의 배경이 우리 역사와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걸 알 수나 있었을까? 이런 식의 관행적인 소풍보다 반별로 나눠 담임의 생각과 준비에 따라 각기 다른 테마를 갖는 현장학습이 절실해 보였다. 늘 관행을 벗어나기 힘들다. 더구나 이렇게 많은 아이들과 반이 있는 대규모 학교는 더욱 그렇다. 하~ 그럭저럭 일정을 마치고 김해로 돌아오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아무 탈 없이 돌아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제 학교에서 추진하는 행사들은 마쳤다. 기말고사가 있지만, 2학년 아이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것 같다. 부족한 기초를 다시 다지고 문제가 보이는 아이들은 부모님과 소통하여 조정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달마다 이어졌던 리듬을 되살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다. 이번 주말 쉬면서 조금씩 준비를 하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