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한 아름다운 가을산행^^
오늘 아이들과 약속한 대로 슬기로운 생활과 즐거운 생활에 담겨 있는 가을풍경을 찾아 학교 뒷산을 찾았다. 먼저 학교 주변을 둘러 본 뒤, 천천히 봄에 찾았던 그 약수터로 향했다. 모처럼 학교 밖을 나선 탓인지 여기 저기서 소리를 크게 지르는 아이들이 곧잘 보였다.
"선생님! 봄에 여기서 게임했잖아요."
"야, 여기 봄에 와서 게임했던데 맞제? 기억 안 나나?"
"맞다. 여기서 꼬리잡기 놀이했다이가. 맞죠. 선생님."
"그래, 맞아요. 기억하네. 벌써 일곱달이 지났다."
"야, 벌써 일곱달이 지났다. 세월 빠르제?"
"하하, 그래. 녀석. 세월 빠르다. 정말."
그래 정말 일곱달이 훌쩍 지났다. 그만큼 아이들도 어딘가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겠지. 약수터에서 잠시 쉬다가 지난 봄에 벚꽃과 개나리가 많았던 체육시설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체육시설이 있었던 데서 놀았던 기억을 떠 올리는 아이들이 서둘러 앞서 나선다. 귀엽다. 지나가던 어른들이 웃으시며 귀여운 우리 반 아이들을 지켜 본다. 정말 병아리들 같다.
한동안 체육시설에서 놀던 아이들과 좀 더 산행을 즐기고 싶어 다른 체육시설이 있다며 앞장을 섰다. 또 다른 시설이 있다는 말에 뒤따르던 아이들. 마냥 따라가도 그냥 산으로 올라가기만 하니 의심스러웠는지, 자꾸 묻는다.
"선생님, 우리 길 잃은 거 아니에요?"
"괜찮다. 길 잃어도 선생님 핸드폰 있다이가."
"맞다. 그렇네."
"그래도 이 길 이상해요."
조잘대는 아이들 데리고 결국 동산 하나를 넘었다. 투털대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아이들 기억 속에 예전 2학년 선생님과 산행을 했던 기억이 남길 바라며 나 또한 땀을 가볍게 흘려 보았다. 다시 약수터로 자리를 옮긴 뒤, 가져온 크로키 북에 여기 저기서 주운 단풍이 낙엽을 그려 보게 했다. 가을 햇볕이 이따금 따가웠지만, 아이들과 모처럼 산행을 나선 건 무척 잘한 일이다 싶었다.
돌아와 오늘 산행 장면을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 보았다. 아이들 모습이 정말 예쁘다. 근데 갑자기 울컥한다. 내년 2월 뒤엔 다시 못 볼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렇게 아이들과 내가 행복했던 장면이 그저 사진 속 추억으로만 남게 된다는 게 순간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내가 내년 이 어방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김해를 떠나 멀리 충남으로 가게 된다는 생각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아~ 오늘 참 아름다운 가을 산행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조금 우울하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