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이야기
6학년 1학기 국어 첫째마당 이름은 '삶과 이야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벼름소(주제)입니다. 사람에게 삶이 없을 리 없고 그래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으니 아이들과 나눌 소통거리로 이만한 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다루는 삶들은 그다지 재미도 없고 무겁기만 합니다. 3월이라 그런지 일제강점기 관련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바탕글의 양은 너무도 길어 40분 수업시간에 다루기엔 벅차기만 하고 아이들과 한 호흡으로 가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아이들 삶과 가까운 이야기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번에 1,2학년은 개정국어교과서도 나왔지만 우리나라 국어교과서의 특징은 학습목표 중심이라는 데 있습니다.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마당 안에 다양한 갈래가 들어오는 일이 잦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양하고 화려한데, 곧잘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는지도 모르고 한 마당을 넘겨버립니다. 읽기 첫마당의 학습목표는 사건과 배경의 밀접한 관계를 익혀 글을 잘 읽는데 있습니다. 저는 조금 쉽게 다가가고 싶어, 3월 첫만남의 대상이었던 나를 사건과 배경의 밀접한 관계를 이해하는 수업소재로 삼아 보았습니다.
김해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논산이라는 공간적 배경으로 이동한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아이들에게 차분히 들려주었습니다. 시간적 배경을 이해시켜 주기 위해 요즘 뜨는 인터넷 전화 관련 광고 문구도 들려주고 함께 이야기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조금씩 수업에 생기가 돕니다. 그 까닭은 아이들 삶에 가까운 것들을 어설프게라도 끌어왔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자기와 가까운 삶과 딱 맞아 떨어져야 비로소 학습효과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 삶을 고려하지 않고 어른들의 삶만 고집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들을 지적하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껏 참으로 오랫동안 이런 잘못을 저질러 왔습니다.
오늘부터 제 블로그에 싣는 이야기들을 '우리교육' <교사광장 교육에세이>란에 함께 실어 보려합니다. 주로 혼자만의 공간에서 써 온 이야기들이라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 저를 둘러싼 배경과 그 속에서 빚어지는 수 많은 사건과 삶들을 이야기로 전하고 싶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삶과 그 곁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교사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겠지요. 이따금 글이 올라왔을 때 들러주십시오. 반갑게 맞이하겠습니다.
내일 많은 봄비가 내린다는데, 제가 살고 있는 이곳 금산숲속마을은 달빛이 참 밝네요.
그럼, 이만 총총......
2009년 3월 11일
달빛 밝은 밤
금산숲속마을에서
갈돕선생 박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