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9년 교사일기

노무현 대통령은 불쌍하다

갈돕선생 2009. 5. 27. 00:47

우리 반 아이 가운데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한 남자아이가 있다.

이 녀석 지난 석 달 동안 나에게 꽤나 구박(?)을 받았다.

아버지 혼자 자식 셋을 키우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의 아이여서 그랬는지

한 달 내내 빨지도 않는 늘 똑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아이였다.

몸도 씻지 않아 정말 까마귀가 친구하자고 해도 될만한 아이였는데,

지난 석 달의 못된 담임 만나 이제 옷도 갈아입고 몸도 씻고 다닌다.

몸집이 워낙 작은데다 입도 짧아 제대로 먹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6학년 아이가 3학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 아이의 체구를 가지고 있다.

다행히 이제는 예전과 달리 얼굴도 밝아지고 그나마(?) 깨끗해져
이제는 까마귀가 더 이상 친구하자 달려들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에는 조금씩 글도 써달라면 쓴다. 제대로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라  똑똑한 아이인데도 기초학력이 매우 낮다.
더욱이 학습에 대한 의욕이 거의 없고
아버님도 아이에게 크게 관심도 없어 이 아이는 늘 의미없이 노는 게 자기 삶이 돼 버렸다.

그 삶이라도 담아달라 부탁했는데, 고맙게도 요즘 조금씩 자기 노는 모습 보여주곤 한다.
그 모습을 지켜 보는 나는 그 아이가 때론 안타깝고 때론 대견하고 그렇다.
그런데, 이 녀석 오늘 일기를 써 왔는데,

뜻밖에도 제목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시골에서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한 녀석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나름 추모의 글이라 생각해 이곳에 올려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이 아이의 말이 왜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지.

 

<노무현 대통령>

날짜  2009년 5월 24일 월요일

날씨 아침에는 안개가 많이 낌.

 

오늘 나는 노무현대통령이 불쌍하였다. 그런데 희안하였다. 왜냐하면 그저께는 노무현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을 때에는 전혀 불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무현대통령이 불쌍해진 까닭은 네이버 뉴스에 노무현 대통령이 쓴 유서 일부를 보았기 때문이다. 유서에는 '그동안 정말 힘들었다'가 써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노무현 대통령이 불쌍했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