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책을 찾는 아이들
반 평균 점수가 60점대에 기초기본부진이 15명 가운데 8명.
아침에 오자마자 교실에 있는 학생용컴퓨터를 켜고 오락만 하던 남자 아이들.
오랫동안 이 학교에 책 읽는 시간이 있었다지만 책과 거리가 멀었던 아이들.
책을 읽지 않는다고 교장선생님에게 잔소리를 듣는 아이들.
그러나 10년이 넘어 20년된 책이 넘쳐나고 전집류가 가득하던 학교
책에 투여되는 예산은 지극히 적고 영어책에는 엄청난(?) 투자를 하는 학교
5차원 독서법이라며 속독속해를 가르쳤다는 이 학교 아이들은
누구도 책을 가까이 하고 있지 않았다.
독해력과 어휘력이 떨어져 6학년 교육과정을 이해하기 힘든 아이들이 많은 우리반
그 아이들이 요즘 책을 읽는다. 강제(?)된 아침 시간은 그렇다치고
점심시간이나 틈날 때 스스로 책을 들고 읽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책을 빌려가겠다는 아이들도 늘었다.
내가 한 일은 고작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아이들 손에 들려준 것
아이들에게 읽힐만한 재미난 책 학교에 청구하여 아이들 손에 들려준 것
지난 5월부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것 뿐이다.
지난 5년 동안 스스로 책을 읽지 않았다던 우리 아이들의 갑작스런 변화다.
대회위주, 행사위주의 교육과정 운영으로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변화지만
이런 식의 변화와 접근에 관리자들은 관심이 없다.
밖으로 드러나고 상을 받아야 하는 결과위주, 평가위주의 교육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이런 변화는 큰 가치가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평범하고 여유있는 삶 속에서 아이들이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교육논리가
공교육의 기본으로 자리 잡을 날은 언제일까?
나름 애써왔던 지난 3개월.
아이들 스스로 책을 읽는 요즘.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한 걸음 더 아이들 곁에 다가간다.
고마워요. 선생님 | 이현정
고마워요. 선생님. 수업을 재밌게 해 주셔서. 내가 선생님을 만난 뒤로 내가 바뀐 것 같아요. 수업시간마다 장난도 치시고 웃기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장난도 치고 웃기게 해주시는 그런 선생님이 좋아요. 왜냐면, 모두가 웃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선생님을 만난게 다행이라 생각해요. 왜냐면 제가 변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앞으로 목소리만큼은 더 크게 하고 밝아질게요. 사랑해요.
(2009.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