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히는 사이
먹고 먹히는 사이 | 김00
규완이네서 놀다가 집에 왔는데 어제 우리 집 마당 배나무에서 썩어서 떨어진 배에 파리가 꼬여있었다. 썩은 배 옆에는 개구리 한 마리가 있었다. 개구리는 파리가 앉으면 혀로 잡아 먹었다. 개구리가 파리를 잡아먹고 있을 때 배나무아래에서 스륵하고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바로 뱀이고 뱀의 색깔은 검정색이고 굵기는 자전거 바퀴의 고무만 하였다. 나는 한 발작 뒤로 물러났지만 개구리는 파리만 먹고 있었다. 뱀은 길을 가다가 멈추었다. 갑자기 그 개구리를 물었다. 개구리는 눈이 빨개지면서 기절을 하였다. 뱀은 기절한 개구리를 한 번에 먹고 다시 어디론가 갔다.(2009. 10. 16)
어제 문집을 만들다 다시 보게 된 우리 반 아이의 글이다. 이 글을 쓸 때, 이 녀석은 일기를 잘 쓰지 않았다. 그 녀석이 모처럼 글을 써왔는데, 한창 과학시간에 배우던 먹이사슬 관계를 잘 보여주는 글이어서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의 글을 잘 보면 아이의 삶을 알 수 있다. 특히, 미처 알지 못한 아이의 섬세한 모습을 글에서 발견할 때면 그 아이가 또 달라 보인다. 나는 이 글에서 아이가 뱀의 굵기를 '자전거 바퀴'만 하다고 그려낸 것에 주목했다. 이 아이는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장난도 심해 가까운 동무의 아버지 자전거 바퀴 바람을 빼다 들켜 크게 혼이 나기도 했던 적도 있다. 그만큼 이 아이 삶에 자전거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니 뱀의 굵기를 자전거 바퀴에 견주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글에 보이는 아이들 모습과 삶을 이해하면 아이를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아이들 곁에 가까이 갈 수 있다. 함께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