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읽은 책 들려주기

강승숙의 '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

갈돕선생 2010. 7. 14. 13:32

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

 

강승숙선생님을 만난지도 벌써 7년째다. 나는 이 분을 2003년 감명 깊게 읽은 '행복한 교실'이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다. 학급운영을 어떻게 해야할지 헤매던 나에게 처음을 길을 안내해 주신 분이었다. 아이들과 지내는 학급살이 일 년의 밑그림을 잘 그려줄 책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터라 무척이나 고맙게 읽었던 기억이 언제나 새롭다. 그 뒤로 2005년. 서울 우리교육 아카데미에서 나는 강승숙선생님의 강의를 처음으로 들었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겹쳐졌다. 학급운영이라는 것이 '아이들 곁에서 교사가 함께 살아주는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정말 크게 와 닿았다. 한 번은 월간 우리교육에 함께 나눌 책으로 '행복한 교실'을 정해 나름 정성을 다해 쓴 서평을 싣기도 했다. 마침내 그해 여름. 나는 김해로 선생님을 초대해 좀 더 많은 분들에게 행복한 학급운영 이야기가 전해졌으면 하는 연수자리를 만들기까지 했다. 그분의 적지 않은 영향 덕에 어설프지만 나만의 학급운영 사례를 작은 책으로 엮어낼 수 있었고, 해마다 전국초등국어교과연수에 강승숙선생님을 초대하는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강승숙선생님은 '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라는 책을 펴내셨다. '행복한 교실'을 학급운영의 교본처럼 여기던 나와 같은 교사들은 아마도 무척이나 반가워 했을 것 같다. 책 발간 소식을 들은 나는 얼른 이 책을 사서 내 책장에 꼽아 놓았다. 앞서 읽어두려 늘어 놓았던 책이 있던 터라 강승숙선생님의 책을 읽는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책을 손에 쥐고 읽은지 사흘. '그림책으로 만난 옆반 아이 은미' 이야기를 끝으로 책을 덮자 내 마음은 한껏 따뜻해져 왔다. 그동안 그림책을 두고 수많은 비평서와 감상관련 책과 전문서적들이 쏟아지고 많은 교사들의 실천사례가 쏟아졌다. 그렇지만, 나는 늘 강승숙선생님 같은 글이 더 와 닿는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단 한 번도 어린 시절 따듯하게 다가와 곁에서 살아주었던 선생님을 못 만난 탓일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전략들을 쓰며 화려한 실천사례를 늘어놓는 나를 비롯한 많은 교사들에게 식상해졌을 수도 있겠거니 하는 생각도 해볼 뿐이다. 허나 그런 게 그다지 중요해 보이진 않는다. 아이들 곁에서 함께 살아주려는 한 교사를 닮으려 하는 내 마음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담백하다는 말을 참으로 많이 쓴다. 나는 이따금 과연 그 많은 사람들이 담백이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나 알면서 쓰는지 궁금해 했다. 쓸데없이 진하지 않고 유별나지 않으며 많은 욕심을 내지 않고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음식의 맛과 멋 또는 사람을 일컫는 담백! 이 담백을 설명하는 문구들은 강승숙선생님과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이번에도 나는 이 담백한 교사 강승숙을 전국초등국어교과연수에 초대했다. 언제나 기꺼이 응해주시는 선생님이 고맙기만 하다.

 

 

이 책은 강승숙선생님이 그동안 만났던 반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곁에서 살아주려 했던 소박한 실천의 기록이다. 때마다 써내려간 교단일기를 묶어놓은 듯한 책이어서 그런지 교사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편안하게 읽어낼 수 있어 더욱 좋다. 아이들과 관계를 맺을 때나 또는 소통을 하고 싶을 때, 마냥 아이들 곁에서 살아가고 싶을 때 어김없이 그림책을 꺼내들어 아이들 사이에 떠도는 삶을 읽어가는 강승숙선생님의 모습은 그저 정겹다. 크게 일곱꼭지, 작게 서른 여덟개의 꼭지로 나뉜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도 그림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아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아이들과 삶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이야기마다 자주 등장하는 강승숙선생님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자칫 밋밋해질 책 전체의 흐름을 맛깔스럽게 이어준다. 

 

내게 가장 마음에 다가왔던 꼭지는 마지막 꼭지 '환상 속에서 위로 받는 아이들'이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선생님의 강의인가 아님 어느 글에서 잠깐 들었던 것 같은 은미 이야기는 내 마음에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글이었다. 아마도 그건 내가 이제야 겨우 아이들 곁에서 사는 법을 익히며 성장하는 교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흔히 그림책 읽기에 도움을 주는 책이나 실천 사례 정도만으로 읽으려는 사람들은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 일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단순한 교사의 실천 사례를 훨씬 뛰어 넘는다. 한 사람(어른)이 한 사람(아이)에 대해 예의를 갖추며 존중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린 그들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세상을 사는 또 다른 방법과 가치를 가르쳐 주는 이 책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며칠 뒤면 나는 또 강승숙선생님을 뵙는다. 또 일 년 만이다. 올해는 아이들에게 그림책도 잘 읽어주지 못하며 산다는 푸념 섞인 글과 함께 늘 격려의 말씀을 잊지 않고 편지 속에 담아 보내주신 강승숙선생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싶다. 그를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