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읽은 책 들려주기

닉 데이비스의 '위기의 학교'

갈돕선생 2010. 10. 20. 15:32

위기의 학교

 

참, 오래 전에 책장에 꽂아 두고는 이제야 다시 읽었다. 3년 전 잠깐 손에 대었다 끝까지 읽지 않았던 까닭은 여러가지였지만, 대충 내용을 알고 있었고 번역투의 글이 눈에 쏙쏙 들어오지 않았던 탓이 제일 컸을 것이다. 교육공동체 벗을 만나고 르뽀가 강조되고 닉데이비스의 사례가 언급되면서 점점 그의 책을 읽고 싶었다. 짐작한 대로 영국의 학교 위기는 심각했다. 그 심각이 더욱 절실히 다가오는 까닭은 바로 우리 나라도 그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수월성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자율형 특목고와 외국어고등학교에 과감히 투자되는 엄청난 돈과 지금도 변함없는 사립학교 문제, 빈곤층은 물론 중산층도 두려워 하는 대학 등록금, 양극화로 빚어지는 학교 속에서 상처받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은 영국과 크게 다를게 없어 보였다. 더구나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모델삼아 추진하는 일제고사와 학교 서열화, 교원평가와 성과지상주의, 실적주의는 갈수록 우리 공교육을 학원화, 기업화로 변모시키고 있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오직 승부를 걸 것은 시험을 통한 경쟁 뿐이라는 기득권층의 논리로 낙오를 거듭하는 빈곤층과 공부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실패자로 아동기와 청년기를 보내고 있다. 재능이 각기 다른 아이들을 시험이라는 한 가지 잣대로 줄을 세워 놓고 평가하여 기를 죽이고 살리는 이 상황으로 공교육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 정부관계자들과 교육관계자들은 정말 믿는 것인지, 믿고 싶은 것인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어쩜 우리들은 속고 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사립학교에 편입학 하려면 최소 500만원 이상을 상납해야 하고 우수한 아이들을 지역사회에 유치해야한다는 명분으로 중산층 이상의 아이들이 다니는 외고에 시 예산을 투여하고 밖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학원형 기숙사를 만들기 위해 군예산을 쓰는 희안한 나라. 세상 모든 이들의 세금을 거둬 잘 살고 잘 나가는 이들을 위해 쓰는 나라. 그것을 보면서도 내 자식 못난 탓이라 저항도 않는 나라. 이 나라에 정말 희망이 있는 걸까?

 

닉 데이비스는 영국의 교육에 대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보고 있다. 시험을 통한 경쟁을 없애고 틀에 박힌 국가 교육과정과 기타 여러가지 제약요소를 없앤다고 해도 영국 교육은 결코 해결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는 그것은 바로 뿌리 깊은 영국사회의 계급정치때문이라고 일갈한다. 유럽사회에서 가장 불평등한 사회라고 지적하는 영국사회는 교육이 정치에 좌우되고 계급적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혁명적인 변화 없이는 어떠한 교육적인 정책과 조치도 결국에는 실패를 거듭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정치에 좌우되고 점점 양극화되는 사회 속에서 교육이 일종의 계급장치화 되는 오늘날 우리는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문득 지식의 구조와 학문으로서 교육내용을 강조하던 이홍우씨의 얘기가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린다. 좀 더 우리교육을 정확히 진단하고 우리 아이들의 삶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닉데이비스와 같은 노력들이 이뤄져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하여 새 길을 찾는 힘을 길러야겠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