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전초국모통신^.^

[사무국 통신2]19년만에 처음 학교 가지 않은 날

갈돕선생 2011. 3. 2. 21:53

3월 2일이 되면 어떨까 싶었다. 19년만에 처음 학교 가지 않은 날의 기분. 아이들을 만나지 않는 기분.

솔직히 얘기하면 담담했고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한 달 동안 이어진 바쁜 일정 속에 피곤함이 코에 염증이 생기게 해 빨간 코를 달고 출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점심시간 약국에 가니 마이싱을 건네며 술과 고기는 삼가란다. 지난 일주일 달고다녔던 술과 긴장이 화를 불렀던 모양이었다. 어쨌건 나는 3월 2일을 이렇게 시작해야 했다. 조금은 홀가분할 것 같은 기분은 전혀 없었다. 난 어쩔 수 없는 선생일까?

 

아침부터 초등회지 마감작업때문에 시간을 보내야 했고, 광주모임 누리집 카페를 만드는데 신경을 써야 했다. 점심을 먹고 난뒤에는 강훈간사가 같이 은행을 가자 해서 성균대 앞으로 길을 나섰다. 새학기여서 그런지 대학가 앞은 활기가 가득했다. 볼 일을 본 강훈샘이 커피를 사주겠단다. 내가 사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 강훈샘 마음이 예뻐 기꺼이 받았다. 나중에 두 배로 쏴야 할 듯^.^ 오후에는 시교육지도서 관련 출판의뢰서를 읽었고 출간 시집을 대충 훑어 보았다. 조장희사무총장님이 전화를 거셔 주단위로 초중등 활동계획을 나눠보자 하신다. 좋다 했다. 아이입학으로 조금 늦게 출간하신 중등사무국장님과 이와 관련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별 거 없을 것 같아도 이래저래 하루가 빡빡하다.

 

<전국국어교사모임 3층 사무실의 내 책상이다. 강훈샘에게 스피커 빌려 갖다 놓고 음악을 들으며 일했다.>

 

오후에는 원격연수기업인 에듀니티를 찾았다. 오랫동안 인연을 맺은 조지연씨가 있는 곳.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과 에듀니티가 인연을 맺어 양질의 연수와 효과적인 연수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김병주대표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지연씨와 한참을 얘기했다. 이야기를 하던 중에 대전모임 박소연샘이 전화를 했다. 20일 결혼한단다. 정말 다이나믹한 대전모임이다. 모임 네 명 중 두 명이 반 년도 안돼 시집을 가는. 그래도 축하할 일이다. 사람에게 결혼만큼 큰 일이 또 어디있겠는가. 그래도 잊지 않고 이렇게 전화까지 주며 인사를 건네니 고마운 일이다. 전화를 끊고 이어 지연씨와 연수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방안들이 나왔는데,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짚어보고 다듬어야 할 일이 많았다. 다음 주 안으로 좀 더 다양한 구상을 하기로 하고 밤 7시를 넘겨 길을 나섰다.

 

에듀니티 건물 밖 어두어진 하늘 아래 날씨는 꽃샘 추위라 그런지 바람까지 불어 매우 차갑다. 움추린 어깨를 이끌고 지하철쪽으로 걸어가는데 광화문 거리 저편으로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세종대왕상이 보인다. 문득 거대한 빌딩 숲을 지나 지하철로 발길을 옮기는 내 모습이 무척 낯설다. 내가 여기 왜 있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동생 집 잠실행 전철을 타면서 피엠피로 어제부터 보던 영화 '허공에의 질주'도 봤다. 각종 비평가들이 최고의 영화라 앞다퉈 얘기하던 80년대 영화를 얼마 전 어렵게 구했다. 처음에는 이게 왜 최고의 영화로 비평가들이 꼽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야기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이 자꾸 움직였다. 나중에 이 영화를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원격연수기업인 에듀티니 사무실. 그야말로 럭셔리. 잘나가는 사기업은 다르다. 옆공간에는 40명이 들어갈 연수장도 있다. 뜻있는 각종 모임과 단체에 무료대관도 하는 신뢰가 가는 기업이다.>

 

집으로 오는 전철에서 교육공동체 벗 김기언부장님의 전화가 왔다. 왜 전화했냔다. 물어볼 게 있었는데, 까먹었다 했다. 한창 창간호 마감 중이어서 바쁘단다. 다음 주 배송작업이라도 거들겠다니 잊지 않겠단다.^^ 부디 벗의 창간호가 큰 일을 냈으면 좋겠다. 진주씨는 목감기까지 걸려 힘들어 하던데.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제발 빛을 봤으면 좋겠다. 집으로 와서는 백창우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광주연수 건으로 지연씨에게 부탁을 했는데, 오늘 직접 해 보란다. 백창우샘의 주 활동시간이 밤 11시 이후라고 꼭 그때 전화하란다. 혹여 낯선 번호라 전화 안 받으실 것 같아  10시 넘겨 전화드리겠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몇 분 뒤에 전화가 바로 왔다. 11시 넘어서 전화하면 다른 일 때문에 받지 못할 것 같아 자신이 미리 전화를 한 거란다. 덕분에 7월 연수건은 백창우선생님을 끝으로 모두 해결됐다. 백창우샘이 광주연수의 종결자인셈.^^ 나중에 교육공동체 벗의 김기언부장님과 함께 찾아뵙겠다고 하니 꼭 오라 한다. 술 한 잔 하자 한다. 황송한 일이다. 아이들에게 늘 백창우선생님의 노래를 부르게 하고 그의 노래를 나 또한 불렀던 터라 이렇게 함께 술을 마실 기회가 생겼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 오늘도 하루가 저문다. 그런데 말이다. 이 놈의 빨강 코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정말 신경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