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이 멀다~
나이 오십이 내일 모레가 돼서 그런지, 아이들을 보며 뭐든지 용서가 되는 기분을 느낀다. 예전 같으면 고학년 여학생들이 립스틱을 바르거나 네일아트를 하는 모습이 영 마땅치 않았을 터인데 이제 모두 이해가 간다. 아이들이 자신을 몸으로 드러내는 시대로 넘어간지가 언젠데 하는 소리를 오래 전에 들었지만,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나면서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을 꾸미고 드러내고 싶은 일종의 본능을 억누르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 그조차 그들의 인권이란 걸 뒤늦게 인정하게 됐다. 이 모든 걸 받아들이니 아이들이 자기 곁을 내준다. 우리 반 아이들 중 몇 몇 여학생들과 나는 이렇게 친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아이들의 말투다. 아이들의 모든 말이 이른바 '예능화'됐다. 예의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내가 한 마디하면 꼭 토를 다는 아이들이 몇몇이 있다. 때로는 말장난 하듯 수업진행이나 전달하는 과정을 방해한다. 몇 번이나 부탁을 했는데도 엄하게 대하지 않는 내 모습 때문인지, 가벼이 여긴다. 오늘은 그래서 잠시 굳을 얼굴로 함께 살아가야 할 교실에서 서로를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요즘 아이들은 아니 우리반 아이들의 상당수가 자신들이 존중을 받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법을 잘 모른다. 앞으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 반 아이들이 행동과 말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지 머리로 몸으로 깨우치는 일 년을 보내도록 담임인 내가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참고 또 참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자. 서두르지 말자. 화내지 말자. 그래도 배려하고 배려하자. 이렇게 하는 것이 곧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길임을 믿자. 이렇게 다짐 또 다짐해 보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