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의 <동화독법>을 읽고
담임을 맡지 않아서 좋은 점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사지만 않고 읽을 수 있다는 것. 3월 이후 오늘까지 모두 열 네 권을 읽었다. 그 가운데 가장 맘에 드는 책이 김민웅씨의 <동화독법> 2년 전 우연히 사게 된 이 책을 뒤늦게 읽게 된 것. 그런데 우리가 익히 접한 혹은 아직 접하지 못한 동화 속에 담긴 역사와 시대상, 이야기 주인의 저편에 담긴 생각을 읽어내는 재미가 더 할 나위가 없었던 책이었다. 동화에 대한 김민웅씨의 해석은 유쾌하고 통쾌하고 때로는 섬세하면서도 핵심을 찌른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까닭은 그의 눈에 철저히 약자에게 머물고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꿈꾸기 때문이었다. 이야기가 가진 힘이 어디에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야기를 한 쪽으로만 해석하게 만든 이들은 세상을 하나의 눈으로만 보도록 현혹하고 억압하는 자들이다. 그들의 논리만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자들. 이들을 물리칠 유일한 방법은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가지 눈으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민중들의 결속이지 않을까. 글쓴이 김민중은 함석헌선생의 말씀을 끌어 온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나라가 산다.” 교실에서 학교에서 교사가 할 일은 ‘생각할 줄 아는 아이’이다. 독일의 헬레네 랑에 학교에서는 읽기와 쓰기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까닭을 사회적인 면에서 “비판적인 눈을 가진 시민’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 명쾌히 밝히고 있다. 주어진 교과서를 달달 외우게 해 선다형 일제시험을 치르는 교육에서 어찌 생각하는 아이, 생각하는 시민을 길러낼 수 있을까. 성취기준이나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보다 아이들에게 전해질 텍스트와 그것을 읽어낼 아이들에게 집중해야하지 않을까. 오늘 내가 하는 행위가 진정 교육인지 사유하지 않는 교사들이 많은 사회에서 희망과 미래를 꿈꿀 수는 없을 것일터. <독화독법>은 아마도 이렇게 읽어야 한다고 감히 단언해 본다.
‘바보들의 나라 켈름’ 동화를 쓴 노벨 문학상 수상식(1978)에서 아이작 싱어의 말
- <동화독법> 353쪽에서......
“내용이 재미없고 따분한 책이 독자들에게 무슨 낙원이 되겠습니까. 독자를 흥미롭게 이끌고 그 정신을 드높이며, 진정한 예술이라면 언제나 주고 있는 기쁨과 피신처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루한 문학은 달리 변명할 도리가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자세를 지닌 이 시대의 작가라면 그는 그가 사는 세대의 문제에 대해 반드시 깊이 관심을 가지고 마주하는 것이 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