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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권우의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를 읽고......

갈돕선생 2005. 12. 29. 22:40

요즘 내가 참 재미있어 하는 '테마'다. 게으름뱅이이가 책읽기를 좋아한다. '게으름뱅이'와 '책읽기'라 서로 연관짓기가 어려운 낱말들이지만 이 책의 저자 이권우의 약력을 보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최근에는 자칭 '도서 평론가'로 심야 방송에도 책이야기로 가끔 출연하는 그를 보며, 한편 부러운 생각도 들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보고 싶은 책을 읽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다?

대학 때부터 책읽기에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불과 3-4년전만 해도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나 스스로조차 모르고 읽어댔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는 늘 편향된 독서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그것이 올바른 책읽기인양 착각하며 살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도 우습다.

책! 이것은 요즘 나의 사상과 삶을 지탱하고 힘이 되주는 굵은 동앗줄이다. 비로소 내가 읽어야 할 책과 읽지 못했던 책, 더불어 읽어야 할 책, 책이 주는 가치를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아울러 책을 읽는 요령도 터득하고 책이 내 주변에서 어떻게 맴돌게 해야 할지도 알게 됐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말이 거짓이고 정당화 될 수 없음을 이제 알 것도 같다.

굳이 더 언급하자면, 책읽기의 게으름에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관심이 없어서라고. 몸이 불편하고 내 가족사에 문제가 많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라고. 활자를 오래토록 보는 것이 도저히 내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시간이 없다는 말은 적어도 책을 좋아하고 책의 가치를 아는 이에게 거들먹거려서는 안될 말이다.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는 이러한 변명들의 거짓을 틀어막아줄 지극히 주관적인 책읽기에 대한 감상문을 써 놓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책들의 접근과 그 접근방법에 대한 소개를 잊지 않고 있다.

이권우의 책읽기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

겹쳐 읽기와 깊이 읽기

겹쳐 읽기는 마치 논문을 쓸 때와 비슷한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로빈스 크루소에 대해 읽는 다면 단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두 세가지의 책(방드르디, 원시의 삶/로빈스 크루소의 사랑)을 같이 읽으면서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갖춰 나가는 책읽기를 권한다.

다음으로 깊이 읽기는 흔히 우리네들이 하는 아는 방식인데, 그는 책 한 권을 그야말로 깊이 천천히 음미하며 사고하면서 읽는 그리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덧붙여 재해석하듯 하는 책읽기를 권한다.

저자 이권우의 직업이 '도서평론가'이듯 그의 책읽기의 영역은 참으로 다양하다. 사회과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문학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책읽기의 묘미를 선사하려 한다. 최근에 그가 쓴 또 하나의 책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라는 책은 또하나의 책읽기 감상문을 써 내려간 책인데, 그를 통해 책읽는 방법과 책감상문쓰기의 기술적인 습득을 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나의 책읽기 영역을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가져 보았다. 책이 가져다 주는 기쁨이 어느 영역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다만, 그 책읽기가 이른바 '--인체','--아는체', '--든체'하는 이른바 '사회귀족'들의 겉멋든 편협한 교양차원이 아니라, 책을 통해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내 삶에 내가 만족하는 수단으로 실천의 동력으로 쓰여야 함을 다소 경직됐지만 구태여 언급하고 싶다. 그건 이러한 책읽기가 이제 나의 삶의 중요한 한 축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나에게 또 하나의 꿈을 가지게도 했는데, 나중에 '어느 게으른 교사의 책읽기'라는 책을 한 권 냈으면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는 거다. 이권우와 같은 '도서 평론가'가 아닌, '교육실천가'로서 말이다. 아~~~~ 할 수 있을려나......

출처 : 부산교대 맥
글쓴이 : 박진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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