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7인 7색의 " 21세기를 바꾸는 교양'을 읽고......
지난 3월 <한겨레21>은 창간 10돌 기념으로 '인터뷰 특강 - 21세기를 바꾸는 교양'이라는 제목으로 이벤트를 마련한 적이 있다. 한홍구, 박노자, 홍세화, 하종강, 정문태, 오지혜, 다우드 쿠탑 이 7인들의 각기 다른 색깔의 특강을 나는 무척 듣고 싶었다.
장소는 서울. 참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무렵은 우리 아버님이 세상을 떠날 힘겨운 준비를 하시던 때였고, 각기 다른 날 오후 늦게 하는 그 강의를 나는 부럽게 지켜보기만 했다. 언젠가 혹 동영상으로 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잊고 지내던 차에 이렇게 그날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어 내어 반갑게 읽어 보았다.
먼저 이글 머리말을 보게 되면 <한겨레 21>의 고경태 기자가 말하는 그들의 별칭을 통해 각기 다른 7인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말빨'보다 '팩트'로 승부하는 논리적인 '구라'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외국계 구라 1호'라 칭하는 박노자, '샌님'아닌 '샌님'으로 칭하는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문태,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라는 단호함과 필력에 똑똑함까지 갖춘 대한민국 딴따라의 업그레이드판 '칼날' 오지혜, 한결같은 삶과 노동자에 대한 애정과 넘치는 카리스마로 둘러쌓인 80년대 정보과 형사들이 공인한 '원조 얼짱' 하종강, '숨은 칼' 홍세화, 핍박 받는 팔레스타인의 정체성과 함께 기독교를 선택한 기구한 운명, 미국국적의 다우드 쿠탑.
고경태 기자는 말한다. '교양없음'이란 무엇인가!
"불량 깡패처럼 세계를 휘젓는 부시를 포함해 이 땅에서 부당한 세도를 부리는 자들의 천박한 세계관을 총칭하는 말"
이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의 대상들은 그들의 천박한 교양에 일침을 가한다.
이 책의 특징은 당시 강연의 형식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당시 강연상황을 압축하여 실은 것이라 당시 분위기를 완전하게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김갑수라는 사회자의 재치와 청중들의 반응과 질문,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답이 함께 담겨 있어 지루하지 않게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홍세화씨와 하종강씨의 강연을 한 두차례 들었던 나로서는 그분들의 말투와 주장에 매우 익숙해져 있어 예전의 강연 현장이 눈 앞에 떠 오르는 듯 했다.
세상을 몰랐던 때에 우리는 세상을 알고자 했고, 이윽고 세상을 어렴풋이 알았을 때는 이내 외면을 해 버렸던 사람들, 용기있게 그 세상에 다가서지 못했던 사람들을 많이 봐 왔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그 세상에 용기 있게 다가서서 자신의 것을 버리는 사람들도 흔치 않게 보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 존중 받아야 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와 같은 이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된다.
나는 늘 나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물어본다. 그리고 용기를 가지라고 반문하고, 용기를 가지라고 충고한다. 가끔 자신감을 잃고 사람들과 멀어질때, 이런 책은 무척 큰 힘이 된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남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더 우선하고, 구차하게 살기보다 뻔질나게 살아보고픈 소시민적 삶에 관심을 더 두는 모습을 보며 힘이 빠질때, 이러한 책은 나에겐 무척 힘이 된다.
이 책 중간쯤에 이제는 나의 스타가 된 '홍세화' 선생에게 한 청중이 질문을 던진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시며 엘리트 코스를 밟으신 선생은 당신의 연배에 이른바 출세한 이들을 보며 부러움이나 아님 자신의 삶을 후회해 본 적이 없느냐고.
그에 대한 대답은 역시 '홍세화'다운 답이었다. 대충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내 정서상 난 조금도 아쉽지 않다. ....(중략)..... 오히려 어떤 면에선 '왜 저럴수밖에 없을까, 한 번뿐인 삶인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문제는 경제동물화된, 그래서 편안하고 넉넉한 삶에 매몰될 것이냐 아니면 인간으로서 길을 갈 것이냐이다. .....(중략)...... 남이 소유한 것과 내가 소유한 것을 견주기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를 지향하는 끊임없는 긴장이 요구된다는 생각은, 내가 자신에게도 항상 되새기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내 존재에 미학을 부여한다. 여러분, 여러분도 자기 존재에 미학을 부여하라.
이 책은 강연자들의 주장만을 담고있지는 않다. 오히려 청중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의례적인 강연회에서 질문하고 싶었고 한편으로 궁금했던 것을 알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있었다. 그래서 더욱 읽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