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제삿날
오늘만은 우리 반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점점 내 말을 듣지 않는 몇몇 아이들때문에 잔소리도 많았고 적잖게 짜증도 낸 하루라 이래저래 미안해서다. 천천히 가자고 했는데 오늘 순간 조급해졌다. 숨 한 번 돌리고 가야할 듯 하다.
사실 잠시 뒤면 아버지가 오셔서 밥을 드시고 갈 거다. 오늘이 아버님 제삿날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애증이 많았던 아버지. 자식때문에 돈 벌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삶을 살아가시다 벌어놓은 돈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신 아버지. 벌써 2년이 됐다.
요즘도 가끔씩 아버님을 생각하면 원망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안정된 밥벌이때문이었지만 내가 교사가 될 수 있게 길잡이를 되준 분이 바로 아버지셨기에 늘 고마움을 가지고 있는 반면, 때론 자식의 마음에 적잖이 못도 박은 분이셔서 순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원망스럽다.
나 또한 자식을 키우고 있지만 그 아이에게 나는 어떤 존재가 될까. 결코 우리 아버지를 닮지 않으리라 생각했건만 가끔씩 보면 내가 무섭게도 우리 아버지를 닮아 있는 걸 보게 된다.
오늘 한겨레21의 표지 주제를 보니 우리나라 남자들은 절대 아버지같이 안 설거라는 얘기가 붙어 있다. 한편으로 우리교육 3월호를 보면 딴따라 오지혜의 인터뷰 기사가 나오는데 아이에게 특별히 짐이 되기 싫고 그저 손님이고 싶다는 얘기도 붙어 있다.
부모 자식 애증의 관계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 관계가 좀 더 인간적이기 위해서 나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차근차근 생각해 볼 여유를 갖고 싶다. 내 삶의 리듬을 먼저 찾아야 우리반 아이들 삶의 리듬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참으로 모순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