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읽고......
늘 부러운 사람, 죽을 때까지 이 사람이 살았던 대로 살고픈 사람. 한비야씨의 책 두 번째를 읽어 본다. 난 한비야씨의 책을 거꾸로 읽고 있다. 가장 늦게 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먼저 읽었고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온 뒤에 우리나라 해남 땅끝마을에서 민통선까지 걸어간 이야기를 쓴 이 책을 읽었다.
여자라서 가능한, 여자라서 만들어 낸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여행을 하면서 세계여행의 경험담이 간혹 나올 때도 있었고, 자기 나름의 삶의 철학이 드러날 때도 있다. 때로는 지루하다(?)싶을 정도로 자신의 철학을 얘기할 때도 있지만 한비야씨의 삶은 참으로 즐겁게만 보인다.
요즘 난 일 년 만에 맡은 담임과 6학년과 다른 4학년 아이들의 특성, 글을 쓰는 일과 꼼꼼히 실천해야 할 일 때문에 맘이 피곤하다. 몸은 적당히 조절하고 있는데 머리가 쉬질 못한다. 어느 순간 내 손에서 책을 놓았던 걸 깨달은 나는 무작정 떠나고 싶은 여행하고 싶은 마음에 오랜 전에 사두었던 이책을 손에 들었다.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나도 함께 해남 땅끝에서 오대산과 설악산을 넘어가며 한비야씨와 함께 걷는듯 글을 읽어내려갔다. 언제가 우리 아들과 부산에서 충청도 우리 아버지 묘를 지나 서울로 올가는 도보여행, 아니 버스 여행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TV 책을 말하다' 200회인가 100회인가 특집프로그램에 한비야씨가 토론자로 나왔던 모습을 보았다. 몇 년 전 서울 전교조 초등북부지회의 강연장면을 동영상으로 보고 처음으로 텔레비전에서 그녀를 보았다. 조금은 말이 빠르고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톡톡 튀는 말투가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하~ 한비야. 여행으로 여행만으로 세상을 정복한 여자. 책을 너무도 좋아한다는 여자. 그 여자는 어느새 사회를 보는 눈도 키웠던 걸 안다. 2년 전 그녀의 한겨레 신문 칼럼에서 소리높여 세계화를 비판했던 그녀. 여행을 하면 할 수록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보이고 또한 그들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그녀.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녀의 삶을 지켜보고 싶다. 누구도 해 줄 수 없는 나의 답담함을 대리만족 시켜줄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2006.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