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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아보니] 자녀교육 열정 해외토픽감

갈돕선생 2006. 8. 26. 11:25

[한국에 살아보니] 자녀교육 열정 해외토픽감

〈매튜 클레먼트/ 아리랑TV 영어강사·캐나다인 〉

한국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의욕은 세계 어느 국민도 감히 흉내내지 못할 정도다. 특히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전부를 희생하는 모습, 학업에 대한 열정과 욕심 등은 내겐 그다지 평범한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내 고향에 살고 있는 캐나다의 부모들은 모를 것이다. 한국인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혹은 자녀들에게 영어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행운아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우리 부모님은 굳이 내게 외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지도, 남보다 뒤처지는 실력 때문에 기분 상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세계에는 알파벳을 쓰는 민족과 알파벳을 쓰지 않는 민족이 있다. 비록 영어권 국가가 아니라도 알파벳을 사용하는 민족은 영어에 접근하기가 훨씬 쉽다. 남미나 유럽 사람들이 학교에서 배운 영어수업만으로도 웬만한 영어회화가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영어는 그다지 생소하지 않은 근접 언어인 셈이다. 그런데 알파벳을 사용하지 않는 민족들에게는 알파벳 자체가 자기나라의 글자와는 거리가 있다. 이것은 서양인들이 한자를 보며 생소하게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고맙게도 한국의 특별한 교육열 때문에 여기서 먹고 살고 있지만 가끔은 그 엄청난 교육열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역시 영어 때문에 한국에서 사귀게 된 한 지인은 지금 두 아이와 부인을 모두 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다. (기러기 아빠들의 가족은 대부분 영어권 나라에 가 있다.) 가족이 보고 싶지 않으냐는 나의 바보 같은 질문에 그는 아이들이 그곳에서 잘 적응해 공부 잘 하고 있다는 소식에 나만 희생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잘 견디고 있다고 했다.

내가 그에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질문은 왜 그렇게까지 행복을 미뤄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공부(특히 영어)를 잘 해서 당신이 얻는 행복이 뭐냐”고 묻고 싶었다. 자녀들이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고 싶은 건 한국의 부모뿐만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의 행복보다는 오로지 더 많이 배운 사람, 충분한 졸업장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에만 모든 관심이 쏠려있는 것 같다. 나는 그 기러기 아빠도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가 그 정도의 위치에 오기까지 미뤄온 행복도 있을 텐데 그는 지금도 역시 ‘견디고 포기하는 행복’에 익숙해져 있었다. 나는 그 기러기 아빠의 삶을 닮을지도 모를 그의 자녀들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내가 본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그 자신이 공부라는 유일한 목적에 충분히 시달리고 난 뒤에도 부모가 된 다음에는 그들 자녀를 오로지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가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뉴스를 해외토픽에서 듣는다. 광적인 축구팬이 축구선수를 살해했다든가 여러 날 축제에 미쳐서 놀다가 쓰러져 죽었다든가 하는 소식이다. 그런데 나는 이만큼 광적으로(?) 대를 이어서 오로지 교육에 집착하는 한국의 열정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것은 어느 해외토픽에도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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