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8년 교사일기

무척 피곤하고 졸린 오늘은 2월 개학날

갈돕선생 2009. 2. 2. 16:24

2월 2일. 드디어 아이들과 헤어지는 달.

이 달이 왔다. 아침 교실로 들어서는데, 아이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나도 소리 질러,

"안녕하세요~" 했더니, 여기저기서 난리다. 반갑단다.

생각보다 덩치는 그리 자라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오자마자 태훈이가 전학을 간단다.

삼계초등학교로 간다는데, 첫날부터 전학이라니 무척 섭섭했다. 얼떨결에 짐챙겨 주고 나서 보내버렸다.

이 허망함이란. 지난 일 년 가까이를 함께 보냈는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서둘러 멀리 보내는 것이

영 마뜩찮다. 어쩔 수 없었겠지만 괜히 태훈이 부모님에게 서운한 감정마저 들었다.

 

이제 남은 서른 명의 아이들도 또 그렇게 아니 이렇게 헤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은 아이들과 방학숙제를 하나하나 함께 보며 점검도 하고 감상도 나누었다.

여전히 부모님과 학원선생님들의 손이 닿인 것들이 많다.

단 일 년의 부모님과 나눈 소통으로 근본적인 것들을 뒤바꿀 수는 없는 것 같았다.

못해도 정성을 들여 아이 스스로 한 숙제들이 돌아오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숙제의 양보다는 질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을 누누히 말씀드렸지만, 일기 말고는 거의 아무 것도 해오지

않은 아이들이 1/3이 된다. 방학숙제라는 게 정말 필요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숙제보다 나는 아이들을 만나서 기분 좋다.

방학 내내 학원을 다녀야 했다는 아이들도 있어 안타깝기도 했지만, 어쨌든 아이들을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이번 방학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한 달을 보낸 터라 2일 개학이 아쉽기만 했지만, 아이들을 만나니

모든 아쉬움이 사라졌다.

 

오늘 쉬는 시간에 업드려 있는 아이들이 곳곳에 보였다. 오늘 늦잠으로 지각한 아이도 두 명, 방학숙제를 점검하는 동안 하품하는 아이들이 수도 없었다.^^ 아직 이 아이들은 방학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품하고 졸려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홉살 2학년 아이들 모습이 참으로 귀엽다.

 

이제 14일만 보면 아이들과 헤어진다. 오늘 서연이가 봄방학이 언제나 묻는다. 그래서 선생님과 빨리 헤어지는게 좋냐고 되물었더니,

"선생님 보고 싶기는 한데, 방학도 다시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한다.

 

맞다. 이게 아이들 아닐까. 앞으로 바쁜 일정들이 앞에 놓여 있다. 아이들과 만두국 끓여먹기, 초만들기도 하고 연날리기에 기초학력도 다시 돌아봐주어야 한다. 무척 피곤하고 졸려했던 아이들에게 오늘은 기다리지 않았던 개학날. 하지만 다시 방학날도 머지 않았다. 헤어질 날이 짧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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