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선생 2013. 4. 8. 21:46

어제 10시쯤 도미토리에 같이 묵었던 한 분이 맥주 한 잔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해 게스트하우스 카페에서 주인 부부와 나 말고 손님 두 분이랑 함께 두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업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흥미로웠다. 늘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한 사람들 하고 지내던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들 녀석이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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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밤을 보내고 주인장의 도움으로 새벽 같이 아들과 길을 나섰다. 성산일출봉 옆 일출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4월이라지만 비온 뒤 날씨는 한 겨울이 되었고 바람마저 세차 서 있기도 힘든 새벽. 일출을 보는 마음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아~ 4월 8일에 이곳 제주도에서 내가 아들과 함께 일출을 볼 줄이야...... 매섭게 추운 날씨에 10여분 이상 일출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러한 감동 때문이었다. 잠시 뒤 다시 게스트 하우스에 돌아와 잠시 쉰 뒤에 우리는 주인부부가 마련해 준 아침식사를 먹고 곧바로 부푼 기대를 안고 올레 1코스 시작점에 섰다.

 

 

 

 

 

마침 함께 떠나는 일행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하고 힘차게 출발을 했다. 제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걷기여행이라 찍을 풍경이 무척이나 많았다. 말미오름에 올라설 때 감동이란.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장관은 왜 1코스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길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길이어서 더욱 감흥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말미오름에 이어진 알오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또 달랐다. 완만한 언덕에 잔디가 가득 덮인 이국적인 풍경의 알오름에서 내려오면 이름도 예쁜 종달리. 그 옆 종달초등학교는 또 왜 그렇게 예쁜지. 제주 초등학교의 전형적인 풍경인 천연잔디 운동장은 그저 부러울 뿐. 학교 옆을 지나는 올레길에 들려오는 아이들과 선생님 목소리가 정겹기만 했다.

  

이어 예전에 소금밭이었다는 곳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또 한참을 걸었다. 목화휴게소라는 곳에서 스탬프를 찍고 잠시 쉬다 조개죽과 전복죽이 맛있다는 시흥해녀의 집을 찾았다. 맛은 그런대로 있었는데, 그리 놀라운 맛은 아니라는 생각과 맛에 비해 값이 비싸다는 생각도 드는 곳이었다. 여기 저기 1코스의 맛집이라 소개되는 이곳. 그런데. 굳이 이곳을 찾아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배부르게 먹었으니 다시 떠나야 할 터. 아들과 나는 조금 길을 헤매다 성산항 여객터미널로 속도를 냈다. 오늘 우도에서 묵어야 했기 때문이다. 겨우 배를 타자 이내 내리라는 안내소리가 들린다.

 

 

 

 

 

우도였다. 처음 내딛는 우도. 그렇게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던 곳. 그러나 우도 청진항부터 해안도로를 걷는 내내 ATV와 전동차가 내는 소리 때문에 우도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거기다 차량을 들고 온 관광객 때문에 우도 길을 걷는 내내 불편했다. 우도가 이런 곳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쉽고 안타깝기만 했다. 안 그래도 오래 걸어 지친 걸음이 더욱 무겁기만 했다. 그래도 산호사해수욕장에서 만진 그야말로 하얀 백사장의 모레는 매우 흥미로웠다. 각기 다른 모양의 산호조각들이 마치 모래처럼 해안에 깔려 있는 게 매우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게 소음 속에서 겨우 겨우 우도의 절반으로 돌아 우리가 묵을 곳이 있는 우도 안의 섬, 비양도에 힘겹게 도착할 수 있었다.

  

 

 

 

비양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우도 1호 게스트하우스는 생각 밖으로 스산했다. 건물도 그렇고. 내부도 그렇고. 연세가 돼 보이는 부부의 친절함과 주변의 경치가 아니었다면 괜히 선택했다 싶을 숙소. 불편함을 감수하고 아들과 나는 잠시 불평을 나눈 뒤 바로 몸을 씻었다. 이내 죽으로 대신 했던 탓에 잔뜩 허기가 진 우리는 약 1km 떨어진 곳까지 걸어서 밥을 먹으러 갔다. 해와 달, 그리고 뭣이더라.... 하여간 그곳에서 고등어조림을 맛있게 먹었다. 배를 두드리고 나오다 물을 사야겠다 싶어 근처 슈퍼를 들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장사를 하겠다는 건지, 아님 장사를 접겠다는 건지 매우 어수선했다. 젊디젊은 청년이 나와 말하길. 오늘이 개업이란다. 준비 중이어서 정신이 없단다. 첫 손님이니 물건도 싸게 준다나. 물도 공짜. 커피도 싸게. 2층 카페 공간도 우리만 써도 된단다. 그러면서 부탁을 한다. 개업할 때 첫 손님 사진을 가게에 걸어놓으면 장사가 잘 된다나.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사진 한 장만 찍잖다. 그러고마 했다. 덤으로 사진도 한 장 더 얻을 수 있었다. 이 가게가 오랫동안 이어진다면 아마도 이곳을 방문하는 나를 아는 지인들이 우연히 나를 발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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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늘도 하루가 간다. 오늘 도미토리에는 우리 아들과 나 밖에 없어 3만원에 독방을 쓴다. 어제 불편했던 잠자리에 잠을 이루지 못한 아들이 고단한 22km 행군을 핑계 삼아 서둘러 잠을 청했다. 그 옆에서 나는 이렇게 오늘의 여행기록을 또 쓴다. 우도에서 맞는 밤. 밤하늘이나 좀 보고 자려한다. 멀리 우도 8경중의 하나인 오징어잡이 배를 볼 수 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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