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산교육연구소에서 심수환의 저학년 단계별 '그림 그리기' 지도 강좌가 그 문을 열었다.
지난 달 도서출판 우리교육에서 '그리기 지도 어떻게 할까'를 펴냈다. 오늘 나는 화가이자 부산교육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계신 심수환선생님의 강좌를 듣고자 부산을 찾았다. 앞으로 일 년 간 이어질 이번 강좌에 기대가 컸다. 대학시절부터 미술을 두려워하고 미술시간만 되면 아이들에게 죄만 짓는 것 같았던 나에게 이번 강좌가 큰 전환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사실 요즘 나는 우리 아이와 그리기의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 다분히 기능적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리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나는 딱히 기회를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이러던 차에 심수환선생님의 책과 강의는 학교 미술 수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시작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좋은 기회였다.
이 책, 들머리에는 '초등미술을 예술로 보지 말고 교과로 보자는 말'이 가장 눈에 띈다. 내용인 즉슨, 지나치게 초등미술을 예술로 바라보았던 학자들과 화가를 때문에 누더기가 된 지금의 미술교과서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미술로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는데 실패하는 우리교육을 반성하자는 내용이었다. 쉽게 말해서, 말과 글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말과 글을 차근차근 익혀나가야 하듯, 미술도 발달단계에 맞게 영역별로 차근차근 배워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그리는 데 두려움과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그림을 그리게 하는 교육현실과 단계별 기능습득 없이 단원별로 수많은 활동만 해대는 교과서로서는 아이들과 미술 사이를 점점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이야기 한다.
예를 들자면, '그리기'에서 저학년의 경우에는 인물을 가운데 두고 그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어 가르쳐야 한다고 한다. 얼굴에서부터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은 지나친 폭력일 뿐이라며 미술교육의 기초를 다지는 교사들의 노력과 교과서의 전면 개편이 정말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의 강의를 듣고 참으로 많은 반성을 했다. 아울러 교과를 보는 눈을 키우고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현장교사들의 노력과 그 결과를 봤다는 점에서 기쁘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은 심수환선생님만의 작품은 아니었다. 함께 참여했던 부산교육연구소 소속 초등미술연구회 선생님과 함께 내 놓은 작품이다. 그분들은 지금의 미술교육과 교과에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가며 새로운 미술교육에 대해 오랫동안 실험하고 실천하고 나름의 성과를 얻어 이렇게 책으로 엮어내었다. 늘 소비자의 위치만 강요받았던 교사들이 몸소 나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공부하고 연구하여 새로운 대안을 내 놓고 생산자의 위치로 올라서는 일은 이제 당연함을 넘어서 어엿한 시대의 흐름이 아닌가 싶다.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이어나가는 일 또한 우리 교사의 손에 달려 있지 않을까.
오늘 나는 우리 반 아이들과 가치 사전을 만들며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끝으로 이곳에 나도 '믿음'이라는 정의를 내려 본다.
믿음이란, 초등국어교과모임 선생님들이 서로 힘을 모아 훌륭한 대안교과서를 펴낼 거라 생각하는 것.
믿음이란, 새로운 대안교과서로 많은 아이들과 우리 선생님들을 기쁘게 할 거라 생각하는 것.
믿음이란, 이 같은 생각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 여기는 것.
이런 '믿음' 괜찮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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