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8년 교사일기

자음과 모음 공부를 끝내고

갈돕선생 2008. 3. 19. 01:02

오늘에야 겨우 자음과 모음 공부를 끝낼 수 있었다. 끝내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부터는 아이들 받아쓰기 공부도 틈나는 대로 할 생각이다. 어설프게 학습지를 만들었는데,

안내글이 너무 길었던 게 문제였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안내문을 읽지 않는 게 특징이었다.

바로 문제를 해결하려 달려든다. 읽으면 이해할 이야기를(물론 길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웠겠지만) 자꾸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 좀 더 친절한 안내글과 간단한 형식으로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또 다시 경험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안내글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꽤 많았는데,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학습지 가운데 다른 사람의 글씨체를 따라 쓰는 게 있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중고학년이 하는 활동을 가져다 왔는데, 역시나 저학년 아이들에게 적당한 활동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빼도 될 활동이었지 않나 싶다.

 

끝으로 아이들에게 자음과 모음 수업을 한 느낌을 글로 써 달라했다.

 

여기서도 아이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학습지에 친절하게 줄을 쳐 놓았는데, '끝까지 써야 하느냐 '는 질문이 많았다.

 

아직 자기 느낌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서툰 아이들에게 많은 줄은 부담이었을까? 아님, 지금껏 빈 공간을 가득 채워야 하는 압박을 받아왔던 탓이었을까? 다시금 어떻게 써야 하고 무엇을 써야 하는지 안내했지만, 아이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이들 글을 받아 보니, 결국은 자기식대로 써 버린 것 같았다.

 

또 다른 반응은 공부한 내용에 대한 느낌을 쓰라 했더니 많은 아이들이 이런 저런 얘기까지 늘어 놓는 글을 써 냈다. 내용인 즉슨, 수업을 안내했던 나에 대한 이야기가 덧붙여 쓰여 있었던 것. 아이들에게 교과서 없는 수업. 놀이로 하는 수업이 색달라 보였던 탓이었을까. 아님 수업내용만을 써내는게 재미가 없고 별 다른 느낌을 써낼 자신이 없었던 탓일까. 아~ 아직 난 2학년 아이들을 잘 모르겠다.

 

아이들 글 몇 편을 옮겨 와 본다(아래 옮긴 아이들 글은 읽기 불편한 부분만 조금 손을 본 상태입니다).

 

최서연(어방초 2학년)

저는 자음과 모음이 모아져서 낱말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자음과 모임이 조금 힘들어도 선생님과 친구들이 도와준 덕에 쉽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저번에 자음과 모음을 모아서 낱말을 만들었던 것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문에 자음과 모음을 쉽게 배웠습니다. 그 공부가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자음과 모음을 배웠지만 역시 재미있고 궁금한 것이 하나 하나 풀렸습니다. 저는 우리 박진환선생님을 만난 것이 참으로 기쁩니다. 또 재미있던 놀이는 선생님이 자음과 모음을 써서 우리에게 낱말을 맞추는 문제를 푼 것입니다. 선생님과 공부를 하니 여러 가지 배우고 또 배웠습니다. 앞으로 많은 것을 박진환선생님께 배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 좋은 글을 더 적고 싶습니다. 박진환선생님 고맙습니다.

 

문인규(어방초 2학년)

자음과 모음 공부를 할 때 다 알았지만 게임도 하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것은 처음한다. 이렇게 공부하니 공부가 더 잘 된다. 우리 선생님은 참 좋으신 분이다. 1학년 때는 교과서 대로 하고 교과서를 안 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교과서 대로 하지 않고 재미있는 공부를 한다. 그런 공부가 오늘이 끝일까? 아니면 계속 이어질까? 궁금하다. 자음과 모음 공부는 쉬웠다.

 

김재원(어방초 2학년)

나는 일곱살 때 자음과 모음을 정말 몰랐는데, 1-2학년이 되면 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선생님이랑 낱말 놀이도 했을 때 많이 어려웠다. 그래서 선생님이랑 공부를 많이 하고 싶다. 선생님이 주는 학습지가 너무 재미있다. 낱말 게임도 하고 낱말도 재미가 있다. 그래서 선생님이 너무 좋다. 그리고 남자 선생님이 나는 좋다. 그리고 너무 멋진 선생님이다. 친구들하고 하니까 더 재미가 있다. 낱말놀이를 맨날 하고 싶다.

 

이한국(어방초 2학년)

2학년이 되기 전 1학년 때는 교과서만 했는데 2학년때는 달랐다. 먼저 자음과 모음을 쉽게 알기 위해 게임으로 했다. 그리고 나서 교고서를 했는데 진짜로 쉽게 느껴졌다. 1학년 때는 2학년 방식 대로 안해서 재미가 없었는데 2학년때는 더 재미있다. 또 다를 때는 자음과 모음을 만들어 낱말로 만들어서 재미있는 것도 했고 또 어제는 자음으로만 만들고 모음으로만 만들고 참 재미있었다. 내 생각에는 우리 선생님이 참 멋진 것 같다. 친구들과 하니까 더욱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전하영(어방초 2학년)

자음과 모음이 구별이 잘 됩니다. 자음과 모음 공부를 하면서 게임을 하니까 좀 더 공부가 잘 된 것 같습니다. 또 'ㄱ,ㄴ,ㄷ,ㄹ'이랑, 'ㅏ,ㅑ,ㅓ,ㅕ'로 칠판에 붙이고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첫째마당을 마치고 나니 둘째 마당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운 것도 선생님이 잘 해결해주시고 정말 즐거웠습니다. 선생님께서 공부도 잘 가르쳐 주시고 게임도 같이 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하고 선생님 말씀 정말 정말 잘 듣겠습니다.

 

오늘도 수업 마치고 바지런하게 몸을 움직였다. 교실 곳곳을 청소하고 닦고 정리를 했다. 다른 반들은 어머님들이 오셔서 교실 청소가 한창이었다. 어머님들과 첫 만남이 교실 청소로 시작한다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나는 아직 2학년 교실을 첫날부터 내가 청소해 오고 있다. 어제는 두 아이가 청소를 해 보고 싶다고 하여 시켜 주었더니 즐겁게 하고 갔다. 재밌단다. 저 나이때는 청소가 재밌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2학년들이 자기 주변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함께 풀어가고 싶다. 그때까지는 내가 쓸고 닦고 할 생각이다. 어머님들과 만남도 다음주쯤 준비할 생각이다. 청소가 아닌 아이들 문제로 먼저 이야기를 풀고 싶다.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게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아닌가? 그래야 믿음이 쌓이지 않을까? 다음 주 토요일쯤 2학년 1반 학부모 모임을 하게 되면 점심도 내가 사고 싶다.

 

게으름을 피우다 오늘에야 박문희 선생님의 '들어주자, 들어주자'(지식산업사)라는 책을 손에 들고 읽기시작했다. 늘 말로만 듣던, 지난 여름 박문희선생님의 연수로만 듣던 '마주이야기'를 처음부터 공부하고 아이들과 함께 실천해보기 위해서다. 모든 게 새롭지만, 그래서 힘들지만 배우는 기쁨,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그래서 얻어지는 깨달음때문에 교사라는 직업이 난 정말 마음에 든다. 겸사겸사 '침 튀기지 마세요'(고슴도치)라는 마주이야기 시를 읽다가 재미난 것이 있어 한참 웃었다. 두 편만 옮겨 와 본다. 아이들 세상에 있지 않으면 이해가 가지 않는 시였다. 올해 아이들 세상에서 푹 빠져 살아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

 

참 이상해요 | 강준형

 

우리 형아는요, 참 이상해요.

자기가 라면 끓여놓고요.

할머니 보고요.

"잘 먹겠습니다" 하거든요.

 

오른쪽으로만 | 김나래

 

한 번 간 시간은 왜 안 오는 줄 알아요?

작은 바늘이 오른쪽으로만 자꾸 가니까

그러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