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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며, 함께 배우며 만드는 교실

갈돕선생 2008. 11. 14. 01:20

함께 살아가며, 함께 배우며 만드는 교실 | 2008-10-9
-출처 : 한국교직원 신문

함께 살아가며, 함께 배우며 만드는 교실

 

박진환 | 우리교육

 

 '이른 아침부터 사교육을 받고 오는 아이들, 학교를 마친 뒤에도, 소풍을 다녀와서도 학원으로 달려가는 아이들, 아프다고 마음 놓고 결석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


 '이른 아침부터 영어 학원을 다녀오는 직장인, 업무를 마친 뒤에도, 야유회를 다녀와서도 거래처로 달려가는 직장인, 아프다고 마음 놓고 결근도 하지 못하는 직장인….'


 책에 나오는, 저자가 그리는 요즈음 아이들의 모습을 직장인에 맞게 바꿔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직장인이야 밥숟가락을 위해 참고 견딘다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저 힘든 생활을 참고 견뎌야 하는 걸까. 알 수 없는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요즘 아이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가고 싶은 곳이 아니다. 즐거움은 사라지고, 꿈은 잃어가는 고통과 불만이 가득한 장소로 전락해버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지만, 해결책은 요원하기만 한 채,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기분이다.


 저자의 '아이들 삶의 리듬을 잇는 학급운영' 역시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위에서 출발했다. '가르친다는 것은 아이들 곁에서 함께 살아주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학교는 아이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무언가 즐거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를 주며,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사실 저자의 학급 운영은 아이들의 발달 단계와 삶의 리듬에 맞춰 교육과정을 짜고,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서로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발도르프 교육에서 비롯됐다.


 아침 자습시간에 과제를 던져 주고 교과서대로 진도를 나가다 시간이 나면 이따금 학급행사를 꾸려 무료함을 달래는 기계적인 학급 운영에서 벗어나, 하루와 주ㆍ달ㆍ철의 '리듬'이 잘 조직된 1년의 밑그림으로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삶을 되찾아 주는 것이 저자의 계획이었다.


 '3월은 서로를 알아
가는 만남, 4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소통 … 10월은 따뜻한 정을 나누는 나눔, 11월은 일의 가치를 깨닫는 노동, 12월은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감사'와 같이 저자는 매달 다른 주제를 바탕으로 학급운영과 교육과정의 흐름을 잡았다. 그리고 한 달의 각 주마다 주제와 연관된 '이벤트'를 통해 리듬이 이어지도록 했다.

 


 예를 들어, 만남을 주제로 잡은 3월의 첫 주는 친구 얼굴을 그리면서 만남의 의미를 찾게 하고, 2주에는 걸개그림을 만들어 만남을 자축하며, 3주에는 봄의 만남을 잇는 산행을 준비하고, 마지막 주에는 진달래 꽃전 잔치를 열며 매듭을 짓는 식이다.


 그 밖에도 '소통'의 4월을 아이들이 준비해 온 재료로 함께 김밥을 말아 먹으며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과정을 통해 마무리하고, 5월을 교사와 아이들의 관계를 다지기 위해 '아이들 발 씻어주기'로 시작하는 등 다양한 사례에서 착안한 저자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책에는 이러한 학급 운영 과정이 사진 및 아이들의 작품 등과 함께 세세하게 담겨 있다. 더불어 마지막 장 '리듬의 빈틈을 채워줄 숨표' 역시 눈여겨 볼 부분이다. 하루에 한 아이 사랑하기, 아이들 집으로 초대하기, 색다른 명함 건네기 등 언뜻 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을 실천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