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아이들과 어김없이 11월에 김치를 담았다. 11월의 리듬을 매듭짓는 김치담기.
12월 학급마무리 잔치도 있지만, 김치를 이렇게 담고나면 아이들과 헤어질 생각이 일찍 들곤 한다.
어머님들과 일을 끝내고 남아 차를 한 잔 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인연이 참 아쉽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는 어머님 열 분이 김치 담기 행사에 참여해 주셨다.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신나게 참여하여
김치 맛을 즐겼다. 정욱이 한 녀석만 빼고는 말이다. 그 녀석 요리조리 김치를 피해간 일기를 오늘 썼던데, 어찌나 재밌던지.
김장으로 맞은 겨울맞기. 요즘 나라 경제가 어려워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아 행복을 선뜻 얘기하기가 무척 어렵기만 하다. 다른 이의 고통을 짓밟고 나만의 행복을 찾는 아이들로만 키우겠다는 이 나라의 교육관과 정책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어둡게만 보여 가슴 한 켠 답답하다. 다른 이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알고 그들과 고통과 행복을 나누며 연대하며 사는 사람다운 삶.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꿈꾸는 아이들로 자라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이제 마무리 잔치만 남았다. 일년, 아이들 삶의 리듬을 끝까지 잇는 일은 내 책임이다. 2학년의 행복한 경험이 우리 아이들 삶에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란다. 적어도 지난 토요일 만큼은 김치때문에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