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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었던 학급마무리 잔치...^^

갈돕선생 2008. 12. 20. 23:06

오늘은 아이들이 그렇게 기다렸던 학급마무리 잔칫날. 전날 어머님들 덕분에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바쁠 수밖에 없는 게 늘 이런 행사인 것 같다. 많은 부모님들. 특히 이번에는 아버님들이 세 분이나 찾아오셔서 나름 기쁘고 보람도 있었다. 연습하듯이 자연스럽게 한 학급마무리 잔치였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조금이나마 완성도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자연스러움 그 자체를 즐겨도 될만큼 2학년은 그런 학년이고 그런 아이들이었다. 교사가 욕심을 부릴 수록 아이들은 힘들고 잔치가 아닌 고통의 행사가 될 수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다.

 

오늘 시와 노래, 연극, 그림자극, 빛그림책 공연, 일 년 영상 등 여러 이야기 거리를 쭉 늘어 놓았는데, 부모님들은 많은 준비에 수고가 많다며 인사를 건내셨다. 하지만, 늘 그랬지만, 이건 준비가 아니라 늘 평소에 해왔던 걸 한 곳에 모아 둔 것 뿐이었다. 정말 수고했다면 그건 아이들이다. 연습때보다 훨씬 잘 해준 우리 아이들이 고마운 날이었다.

 

오늘은 이삿짐을 챙기는 날이기도 했다. 내일 새벽에 떠나기 위해 오늘 짐을 싸야 하는 1박 2일 이삿짐 나르기 작전. 비는 내리고(다행히 이사짐을 나를 땐 비가 그쳤지만), 날씨는 쌀쌀하고 그야말로 오전 학급마무리 잔치에 이어 오후 또한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다. 2월까지는 살 집이라 몇가지 짐은 남겨두고 이렇게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간단히 방청소를 하고 인터넷 기사를 보니 서울서 교사집회 소식이 실렸다. 가야 하는데, 이삿날이라는 이유로 가지 못한 게 마음이 편치 않다. 월요일 방학식을 끝내고 서울을 가야 하는 일이 있다. 서울교육청 앞을 찾을 생각이다. 오늘 학급마무리 잔치를 마치고 부모님들에게 우리 아이들 들러리 시키는 교육은 막아야 하고 부모님들도 아이들을 위해 좀 더 다르게 생각해 보시라 말씀을 드렸다. 여기저기 똑 같은 이야기를 듣는 부모님들에게 나 같은 교사라도 다른 소리를 내뱉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을 꺼낸다. 나같이 이런 평범한 교육활동을 한 선생님들이 파면과 해임이라는 조치를 받아야 하는 우리 나라가 참으로 서글프다. 어제 어떤 분이 그러셨다. 양심껏 일한 교사들이 쫓겨나야 하는 우리 나라는 가장 천박한 후진국이라고.

 

이제 방학이다. 아이들도 나도 또 다른 삶과 공부를 해야 한다. 부디 건강한 방학이길 바란다. 우리 반 아이들아~ 선생님, 이번 겨울방학에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달라져서 돌아올게. 건강해야해. 새해 복 많이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