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줍잖게 세 번째 책을 펴냈습니다. 17년간 아이들과 지내며 얻었던 아이들 글로 주제넘게 교육에세이를 써 보았습니다. 남들은 한 번 내기도 어렵다는 책을 세 권이나 펴냈으니 내 운도 꽤 괜찮은 편인 모양입니다. 내가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라며 내 책 편집자에게 엄살을 떨었더니 내가 운이 좋다는 게 맞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꾸를 해줘 멋적게 웃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름 열심히 살아온 교사생활을 인정해준 것이니 당당하게 써내라는 격려도 해주더군요.
어쨌거나 운 좋게 세 번째 책을 펴냈습니다. 편집자와 여유 있게 작업을 하다 막판에 급하게 마무리를 짓는 바람에 좀 더 꼼꼼하게 글을 다듬지 못해 아쉽기만 합니다. 군데 군데 매끄럽지 못하고 잘못 쓴 표현들이 보여 영 마뜩찮네요. 그래도 아이들 글이 살아 있고 아이들의 삶을 읽을 수 있는 괜찮은(?) 책일 거라 자평도 해 봅니다. 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요.^^
오늘 <시사주간지 시사 IN>에서 '금주의 작가'로 절 선정했다며 인터뷰 요청을 해와 낯선 작가인터뷰라는 것도 해 봤습니다. 이번 주에 나온 책 가운데 아마 눈에 띄는 작품이 별로 없었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말 지독시리 운이 좋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 봤습니다.^^ 5-6년뒤에는 이 책으로 개정증보판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족하고 아쉬운 게 많아서요. 앞으로 계속 운이 좋다면 네 번째 책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는 것인데, 내 책 만들어준 편집자가 한 번 해 보자 합니다. 그런데 쉬운 일도 아니고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데다 주위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것이라 지금은 마냥 꿈만 꾸고 있습니다.
어느새 2009년도 끝이 보이네요. 가장 힘들었던 올해. 그 연말을 아주 힘들게 써낸 이 책이 그나마 조금 위로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올 수 있게 도와준 아이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언제나 배울 거리를 던져주셨던 선배님들,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동료교사와 후배교사들에게 고개숙여 감사의 인사들 드려 봅니다. 고맙습니다.^^
참고로 표지 사진은 제가 어방초등학교에 있을 적에 비가 온 뒤 그친 어느 날, 6층 높이의 우리 교실에서 바로
아래에 보이던 놀이터를 찍었던 장면입니다. 놀이터 모래사장에 여러 아이들이 모여 물길을 내며 노는 모습이
흥미로워 찍어 두었던 것인데, 디자인하던 분이 책 내용과 어울린다며 표지로 올려 놓더군요. 사실 언젠가 저도 이 사진을 써 먹을 요량이었는데, 이렇게 제 책에 들어갈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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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도는 삶, 헛도는 교육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란다 아이들에게 글을 통해 자기 삶을 가꿔 나가게 하는 일은 가능할까? 17년간 아이들 곁에서 글쓰기를 함께 해 온 박진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힘들고 어려운 삶을 글로 써내게 하면 할수록 정작 교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지 회의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교사 박진환에게 글쓰기는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가꾸게 하는 것이라기보다 교사가 아이들 삶을 지켜주기 위한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아이들 삶까지 읽어낼 수 있을 때, 우리 시대 겉돌고 헛돌기만 하는 삶과 교육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아이들 글과 함께 읽는 교사의 마음을 담아 풀어냈다. ● 도시와 시골을 넘나들며 17년간 아이들의 글을 읽고 삶을 나눈 까닭 못하고 외롭게 커가는 아이들, 돈과 소비가 미덕인 세상을 꿈꾸며 자발적으로 자본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아이들, 다른 이의 고통보다 자신의 행복만을 쫓는 아이들, 긴 시간 강제된 학습노동으로 놀 자유조차 빼앗긴 아이들……. 사실 우리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의 삶에 관심이 없지만 아이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삶의 저편에서 아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그 무엇인가가 보인다. 슬프고 우울한 글을 써내는 아이나 즐겁고 재미난 글을 써내는 아이들이나 우리 아이들 모두가 바라는 것은 ‘행복’이다. 아이들은 동무들과 식구, 선생님과 행복 하길 원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따뜻해지길 바랐다. 더 이상 배움의 기쁨을 느끼기 못하는 학교에서 조차 아이들은 끊임없이 자라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의 글과 삶은 교사를 성장시켰고, 아이들과 교사가 행복해 지는 길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 모든 답은 아이들에게 있다 배우는 게 즐겁고 만남이 즐거운 학교다.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해줄 일은 무엇일까? 사회가 양극화 되고 학력경쟁으로 배움의 욕구를 잃어버린 지 오래지만, 언제까지 사회가 달라지고 부모의 처지가 나아지고 바뀌기를 바랄 수만은 없다. 지금도 무너지고 겉도는 아이들의 삶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글을 읽고, 삶을 읽으며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만들어 나갈 미래 세상을 다시 꿈꿔 본다. 아이들 곁에서 함께 살아가며 말이다. 모든 답은 아이들에게 있다.
이 책의구성
들어가며|모든 답은 아이들에게 있다 1부|아이들 글 읽기와 삶 읽기 2부|아이들은 관계 속에서 자란다 꼬추 떨어진다|김칫국 끓이기|급살 맞네! |염소들의 짝짓기|토끼랑 하는 산책|송아지가 팔린 날|가엾은 돼지|불쌍한 흰 개|불쌍한 박쥐| 야생동물|개구리를 물고 가는 까마귀|까치와 밤나무|별 꼴 다 있네 고모부네 밭|배추 뽑기|우리 학교 통폐합 냄새|엄마 아빠의 방귀|할아버지의 방귀 잠이 많은 우리 식구|카레라이스|개구리 반찬|엘리베이터 공포증 걱정 | 쓸쓸한 할아버지|할아버지와 존댓말|할머니 손은 약손|초보운전|엄마와 희진이|멍게 비빔밥| 똥고집 우리 동생과 황소고집 우리 엄마|돈 벌기 위해|눈물이 왜 나왔을까 혼났던 날|까다로운 우리 엄마|엄마의 폭발|엄마 화났다|우리 엄마도 예전엔|엄마 어릴 적 얘기| 아빠의 울퉁불퉁 굳은살|두루치기|나의 질투|아빠는 좋겠다|아파하는 우리 아빠|담배 심부름|우리 엄마|아빠 화나신 날|무서운 아빠|아빠의 화 혼자 노는 아이들 썰렁한 우리 집|언제나 외롭다|그냥 푹 쉬세요|우리 엄마|엄마의 중요성|늦게 오는 엄마|이혼|반성하다 산에 간 날|산|산 오르기|선생님 댁 방문|선생님 집 방문 |나이 서른에 나는|나의 불만 |평일이 낫다|일요일에 일어나면|주말이다|학원가기 싫어 선생님|선생님의 뽀뽀|선생님|선생님이 안경을 벗었다|선생님의 도술|도술1 2
조금만 봐주세요|봉사활동이라나?|여자로 태어난 게 무슨 죄인가|앗! 큰일 인기투표|비가 오면 그리움이 거꾸로 본 세상 4학년 아이들과 만든 계절문집 선생님의 내 발 씻기|6학년이면 단가?|나에겐 이런 아이들이 있다 할아버지 제사|훌라후프|코탁지 |먹물이|동생이랑 싸운 날|할머니 도와드리기|지독한 멸구들|시골길 냄새
나오며|아이들이 가르쳐준 길 P.174~176 : 갈수록 시험과 평가가 강조되고 결과만으로 아이들을 채근하는 경쟁 체제에서 아이들은 점점
학교를 싫어한다. 세계 2위의 학력 수준을 유지한다는 나라에서 얼마나 더 학력을 올려야 어른들은 만족할까?
그 어른들이 말하는 학력이라는 것이 정말 아이들 삶의 질을 높이고 학부모의 불안을 없애줄 수 있을까?
우리네 수업 풍경도 그렇다. 아이들의 삶과 고민, 다양한 재능과 소질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도무지 없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수업은커녕, 오로지 성적을 올리려는 무의미한 주입식 수업과 문제풀이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러니 아이들은 시험기간에 쫓기고 평가를 두려워하며 학교가 전혀 자신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
고 여길 수밖에 없다.
많은 어른들은 학력 향상만이 아이들의 행복을 보장할 것처럼 호들갑대지만, 정작 아이들은 불행하기만한 이 해괴한 세상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문득 “한국 학생들의 문제는 학력이 낮은 데 있는 게 아니라
‘억지로’ 공부한다는 데 있다”는 어느 교육평론가의 말이 정말 옳다는 생각만 든다.
“으이구~”| 김해 어방초 6년 박혜경 시험 끝난 지 나흘 하지만 우리 엄마 아직도 시험으로 트집을 잡는다. 밥을 먹을 때도 “으이구~, 우짜면 좋노?” 일기를 쓸 때도 “으이구~ 으이구~” 지금은 ‘으이구~’ 소리가 귀에 박혔다. (2004) 혜경이는 자그많고 마른 체구에 안경을 끼고 동무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던 아이였다.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얻은 혜경이가 어머니 눈에는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시험점수 때문에 어머니에게 핀잔을 듣는 혜경이의 모습이 굳이 ‘잔소리’라는 말이나 ‘힘들고
짜증난다’는 말을 쓰지 않았는데도 잘 드러나 있어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에게 시험 때만 되면 곧잘
들려준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으이구~’를 되풀이하며 시험점수 때문에 어머니에게 압박을 느끼는
혜경이의 글에 공감을 한다. 본문 <시험 스트레스 주는 사회>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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