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글 읽기와 삶 읽기
박진환 | 우리교육
엄마와 나는 아침잠이 많다. 언니는 엄마 깨우고 엄마는 나를 깨운다.
잠 많은 나를 아는 엄마. 5분만 더 자라. 10분만 더 자라. 엄마도 옆에서 몇 분 더 누워 잔다. 엄마도 나도 일어나기 싫어한다. 엄마는 "아침 시간은 참 빨리 가제?"한다. 세수하고 나서도 난 졸리다.
아침잠 많은 우리 엄마. 우리 보내고 10분은 더 잔다. 그런 엄마 날마다 부럽다. '잠이 많은 우리 식구' (김해 어방초 4년 배윤정, 2006) 현관을 여는 순간, 카레 냄새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입에서는 군침전쟁이 일어나고 내 발걸음은 식탁으로 옮겨졌다.
"아, 집에서 일 년 만에 먹어 보는 카레라이스." 나는 빨리 카레라이스를 옮겨 비볐다. 그리고 내 입에 넣는 순간 카레라이스 밥이 녹아 버렸다.
"아, 맛있는 카레라이스. 또 언제 먹을까?" 생각하고 어머니께 "카레라이스 또 언제 먹어요?" 하니 어머니께서 "일 년 뒤에." "왜요?" "아빠 회사 점심 메뉴로 카레라이스가 자주 나와서 아빠가 질려 냄새도 맡기 싫다고 하셔."
하지만 나는 일 년 뒤라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카레라이스'(김해 어방초 4년 강병호, 2007) 어차피 이 기사를 읽는 사람 모두가 소개하는 책을 펴보지는 않을 일. 무성의하다는 질책만 없다면, 지면이 허락하는 한 아이들이 쓴 글들을 계속 옮겨놓고 싶을 정도다. 학원 뺑뺑이에 지치고, 시험에 스트레스 받고, 돈과 소비가 미덕인 세상에 길들여질지언정,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순진무구한, 그 무엇도 침해할 수 없는 아이들만의 영역을 오늘도 지켜나간다.
17년간 도시와 시골을 넘나들며 아이들 곁에서 글쓰기를 함께 해온 저자가 17권의 문집에서 추려낸 글들을 읽다보면, 저자의 말처럼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지고 콧등이 시큰해지는 것이 솟구쳐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묘 한 감흥이 인다. 베스트셀러 소설이나 흥행 '대박' 영화를 접할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다.
더불어 과연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자괴감도 든다. 어른들이 마련한 계획과 일정대로 무작정 따라오기만을 강요할 뿐, 단 한 번도 아이들의 삶을 읽어내려 한 적이 있던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던 길에 오늘 배운 날씨를 알아보는 방법이 생각났다. 나는 멈춰서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아봤다. 바람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고 약하게 분다. 하늘은 우리나라가 고기압에 위치에 있는지 맑았다. 학교에서 배운 것도 쓸 데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오늘의 날씨'(논산 반곡초 6년 김영주, 2009) 아이들한테 배우고 되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교직원 신문 2009-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