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기는 한 달 전에 읽어 놓고 이제야 글을 쓰는 까닭은 그동안 이래저래 쓸 기회를 놓쳐서 이기도 하고,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의 감동을 순간 날려 버리게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과 이 책을 소개할 가치가 있나 하는 의문들이 남아서였다.
하지만, 하종강 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의 강연때문에 이 책과 영화를 접했던 계기가 나름대로 소중하여 그리고 700여쪽이나 되는 책과 영화를 접한 것이 아까워 그리고 시간의 여유도 있어 이렇게 글을 적어 본다.
무릇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바로 그 감상들을 적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한데, 예 적지 못하고 한 달 뒤에 적어낼 생각을 하니 정리가 잘 안될 것 같아 이것을 감상문이라고 판단할지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책을 읽은 후, 나는 하종강 선생이 말한 뷰티풀 마인드의 존 포브스 내쉬라는 주인공, 지금도 실존하는 그 천재가 이론화 한 내쉬균형이론에 대한 관심과 그 이론이 노동조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 말고는 읽어야 될 까닭이 있었나 하는 느낌이 순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 수학천재의 괴팍한 성격, 지나친 자신감과 자만, 그에 따른 대인관계의 어려움, 동성연애, 결혼 전 한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 후 낳은 아이, 그리고 그 여인와 아이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 이후 결혼한 이후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오랜동안의 방황, 어려운 치료이후 또다시 자신의 아들이 정신분열증을 앓게 되고, 그 아들을 바라보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 노벨상을 받은 한 불쌍한 아버지의 모습에 이르기 까지 그는 영화와는 달리 어두운 면이 너무도 많은 인간이었다.
이것을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 책의 저자 실비아 네이사라는 작가는 한 인간의 전기문의 대부분이 밝은 면과 그 업적을 중심으로 집필된다는 통설을 깨뜨린 괜찮은 접근을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점 외에 이 책에서는 미국 대학의 역사, 예를 들면 존 내쉬의 모교인 프린스턴과 잠시 거쳐했던 MIT가 어떻게 세계적인 대학이 되었으며, 하버드 대학의 과거의 모습과 위상을 알 수 있었다.
그 외에 수학이 단순히 어려운 문제를 풀고, 복잡한 암호를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회과학과 생물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이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나아가서는 미국의 대학문화가 존 내쉬라는 천재가 정신분열증을 겪고 있을 때조차, 그가 대학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학생들의 놀림감이 되고 있을 때조차, 그의 천재성과 자질을 믿고 한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존경심으로 그에 대한 배려를 해 줄 정도의 문화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었지 않나 싶다.
한편으로는, 노벨상의 권위와 시상 과정, 노벨상에서 경제학상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경제학상이 제정되기까지의 역사를 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 책은 한 사람의 전기문을 뛰어 넘는 많은 지식과 역사를 공부하게 하는 독특한 면이 많았다는 나름의 평가를 내리고 싶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그다지 시간낭비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책이 700여쪽이 넘는 하드판이어서 일단 무거움에서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는 점, 두꺼운 하드판임에도 책갈피를 할만한 끈 하나 달려있지 않다는 점은 이 책을 출판한 곳의 무성의함을 지적해도 좋을 것 같다.
끝으로 영화를 보고 존 포브스 내쉬라는 인물이 정신분열증을 딛고 노벨경제학상이라는 대상을 받게 되는 모습에서 눈물을 흘리던 이들에게 한 가지 재미없는 실없는 실망스러운 소리를 하자면, 영화의 줄거리는 그가 정신분열증에 걸리고 엘리샤라는 본처와 살고 그 본처의 아들이 하나 있었다는 점, 그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점, 그가 대학가를 미친듯이 돌아다녔다는 점, 엄청난 천재 수학자라는 점, 내쉬균형이론의 가치가 높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픽션이었다는 점이다. 퍼센트로 나타내자면, 90%가 가짜였다.
난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차라리 영화를 보고 책을 볼껄 하고 말이다. 그랬더라면, 영화에 대한 감동이라도 느껴 보았을텐데 하고...... 한편, 그래도 이 영화가 전기내용의 절반이라도 얘기가 맞게 진행되겠지 하는 생각은 여지 없이 무너졌던 기억이 난다. 결국, 어쩔 수 없는 헐리우드식, 아니 미국식 영웅만들기의 전형적인 영화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존 포브스 내쉬가 그 영화를 보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존 포브스 내쉬라는 사람의 업적과 인간 승리적 삶의 역사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책이 잘 말해주고 있다. 아! 참! 영화의 가치를 살려준 유일한 요소가 하나 있기는 있었다. 그것은 바로 러셀 크로의 명연기.
참고로 전에 소개했던 존 포브스 내쉬의 '내쉬균형이론'을 영화에서 풀이한 장면을 덤으로 다시 붙여본다.(J는 내쉬, 나머지는 그의 친구들)
j 금발이 매력 있다고 느끼는 사람?
폼나는 결혼식을 바라겠지?
결투로 결판낼까?
너희들 까먹었어?
근대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스미스 이론을 생각해봐
경쟁에서 이긴 개개인의 야망은 집단의 이익에 이바지한다.
맞았어
지당한 말씀
실패하는 자는 군침 흘리기 없기
j 난 실패 안해.
김칫국 마시지마
이미 마셨잖아
꼼짝 마
우릴 쳐다봐
내쉬만 쳐다보잖아
일단 내쉬가 유리해
근데 입을 열기나 할까?
j 스미스는 틀렸어
무슨 소리야?
j 우리가 금발을 잡으려고 쟁탈전을 벌이면 아무도 여잘 잡지 못해. 반대로 꿩 대신에 닭이라고 친구들한테 가면 그들은 우릴 매몰차게 무시할 거야. 대타 기분 알잖아!
아무도 여잘 넘보지 않으면?
j 쟁탈전도 없고 그녀 친구들의 기분도 안 상해. 그게 다같이 이기는 길이야. 게다가 다 같이 즐기는 길이야.
j 스미스 왈, 최고의 이익은.... 개개인이 최선을 다하면 실현된다. 완전한 답이 아니야. 최고의 결과는 자기 자신은 물론 소속된 집단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실현돼.
혼자 차지할 속셈이면 꿈 깨.
세상사의 진리, 까먹었어?
j "아담 스미스가 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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