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석의 점심시간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지금 옆에 있는데 지 얘기 쓰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지켜보고 있다.) 얼마나 좋던지.
"선생님, 어깨 두둘겨 줄까요."
"어, 그래요? 좋지."
"어머니에게도 이렇게 어깨 두들겨 드려요?"
"에."
2분도 채 되지 않아 힘들다고 그만두는 석의. 점점 나에게 정을 쏟는 석의 모습이 보기 좋아 서정홍 선생의 '누렁이'라는 긴 시를 들려줬다. 글자를 읽기만 하고 쓰지 못하는 석의는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듣는 태도도 매우 진지하다. 혼자 웃기도 하고 심각해지기도 하고 엄청나게 몸집이 큰 이녀석의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너무 귀엽다.
이렇게 살아주면 되는 것을 지난 10여 년 동안 난 아이들 위에 서 있으려 했고 그 아이들에게 말하지 못할 심한 상처를 주곤 했다. 죄를 지은 지난 10여 년 간들의 일들이 불쑥 불쑥 떠 오를 때마다 얼굴이 골잘 쉽게 달아오른다. 앞으로 10여 년 간의 교직생활을 이렇듯 아이들 곁에서 함께 하려 한다.
벌써부터 석의랑 헤어질게 걱정이다. 피곤한 점심시간 석의 덕분에 기가 쫙 펴졌다.
자, 5교시 수업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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