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저 낮은 목소리~

[스크랩] 갑갑하다. 우울하다. 서글프다.

갈돕선생 2006. 9. 26. 22:19

오늘 참교육연구소 소장인 이철호 선생님을 모시고 김해에서 한미 FTA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호철 선생님의 첫 말씀,

"오늘 제 말씀을 다 듣고 나시면 무척 우울하실 겁니다. 사실 희망도 그리 없어 보이구요."

 

정말 그랬다. 설명회가 끝난 뒤 정말 우리 나라에 우리 학교에 희망이 있을까 하는 갑갑함, 우울함, 서글픔이 동시에 밀려 왔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하는 것임에 틀림없는데 정권이 하는 일을 보노라면 우격다짐으로 밀어 부칠 모양이고 많은 희생이 없으면 결코 막아내지 못할 것 같아 힘이 쭉 빠졌다.

 

이호철 선생님은 전체적인 윤곽을 말씀 하신 뒤 교육부문에 대해 집중적인 설명이 있었다. 결론은 개방을 표방하지 않는 자연적인 개방형태인 FTA는 교육을 시장화시키고 교원을 구조조정시켜 결국 이 나라에 상품화된 교육만 남게 되는 암울한 미래만 낳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캐나다 교원의 암울한 현실, 미국 교원의 40%에 육박하는 이직률, 일본 교원의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근무능력 상실은 결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바로 우리가 직면할 현실로 보였다.

 

직장에서 쫓겨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교육다운 교육을 하지 못하게 것이 더 걱정이고 내 삶이 교직에 오래 머물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우울하고 갑갑하고 서글펐다. 온통 이 생각때문에 삶의 의욕이 오늘만은 솟아나질 못할 것 같다.

 

오늘 이호철 선생님 말씀을 듣고 어떤 선생님은 어떻게 저렇게 어려운 얘기를 쉽게 풀어낼 수 있느냐 하셨지만, 난 그런 말솜씨보다 그 분이 말씀해주신 겁나는 얘기 덕에 앞으로 팍팍해질 나의 삶, 내 아이의의 삶, 우리 아이들의 삶, 우리 후배 선생님들의 삶,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가 더 걱정이었다. 이 나라 지식인들은 과연 무엇을 하는가? 교육학이 이제 송두리째 뽑여져 그 뿌리가 흔들릴 위기 앞에 많은 학자들은 뭘 하는가, 인문학이 위기라며 생뚱맞게 이제사 소리 높여 뒤늦게 소리지르는 저 소심하고 이기적인 지식인들을 우리 사회의 지도자라 믿어야 하는가.

 

내가 꿈꾸고 있고 힘차게 일해 왔던 지난 일 년을 십 년 이후에도 아니 불과 2-3년 뒤에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오늘 많은 선생님들이 이 강의에 오지 않았다. 차라리 듣지 않는 것이 약이었을까.

출처 : 행복한 교사들의 모임
글쓴이 : 박진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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