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체육시간. 아이들과 함께 나는 체조로 몸을 풀었다. 첫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둘째 시간 합동체육을 위해 나는 운동장 줄을 긋느라 바삐 움직였다.
그때 내 주변으로 우리 반 여학생들이 따라다녔다. 귀여운 것들.
남학생들은 놀이기구와 운동기구에 매달려 있는데 배불뚝이 남선생도 남자라고 우리 4학년 5반 여학생들 내 주변을 졸졸 따라다닌다. 이런 저런 얘기하며 운동장을 걷는데 옆에 있던 한 아이가
"선생님, 뒤 좀 보세요."
"왜?"
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우리반 열 다섯명 여학생 가운데 두 명 빼고 다 내 뒤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입을 해벌죽 벌리고서.
"하~ 왜 따라다니는데~"
하자 그냥 헤헤 웃는다.
"하~ 이놈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하자, '우~' 한다.
맑은 봄 하늘, 따스한 햇볕 아래 나는 아이들과 잠시 행복했다.
점심시간 밥 먹으러 줄을 서 있는데, 우리반 탁승희라는 여자아이가 하는 말.
"선생님, 결혼하셨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아이가
"야~ 5학년 오빠야가 있다 했다이가"
"탁승희님, 왜요? 선생님이 결혼 안한 것 같나?"
"결혼했는데 왜 뽀뽀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요즘 아니 지난해에도 나는 아이들 혼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있는데, 그게 뽀뽀다. 주로 남학생을 대상으로 하는데, 오늘은 준비물을 일주일째 안가져온 한 여학생에게 오늘 마침내 여학생에게 뽀뽀할 수 있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자 탁승희라는 여자 아이는 왜 결혼한 남자선생님이 자기 친구에게 뽀뽀하려 하는지가 궁금했던 거였다. 그래서 나는
"그럼, 결혼하면 제자에게 뽀뽀하면 안되나?"
했더니 씩 웃는다.
결혼한 남자는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4학년 여학생의 생각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이 탁승희라는 녀석이 저번에 나에게 예쁘게 색종이를 접어 편지를 보냈던 아이다.
일 년 동안 잘 지내자며.
하~ 올해 아이들은 지난해 보다 훨씬 순진한 아이들이 많다.
지난 해에는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웠던 아이들이 꽤 있었는데 이번 아이들은 조금 느낌이 다르다.
아무튼 오늘 우리반 여학생들 덕에 피곤이 조금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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