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렵게 여름방학이 되고 난 뒤 처음으로 우리 식구가 여행을 떠났다. 우리 식구가 김해를 떠나 차를 몰고 먼 거리 여행을 떠난 게 꼭 일 년만인 것 같다. 사실 이번 여행은 기대와 걱정이 함께 한 여행이기도 했다. 어쩌면 나의 나머지 인생길을 바꿔야 할 지 모를 일을 결정하는 과정이 여행길에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인천에 곽지순선생님에게 부칠 책과 편지를 보내온 우리 반 아이들에게 보낼 답장을 우체국에 넣고 충북으로 차를 몰았다. 첫 여행지는 상수허브랜드. 식물을 좋아하는 우리 아내에게 허브농장도 보여주고 좀 비싸기는 하지만 꽃밥 맛을 보여주고 싶어셔였다. 한 3시간 30분쯤 지나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다행히 구름이 많고 비가 조금씩 내려 편안히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두루 두루 살피고 사진도 찍고 맛있는 밥도 먹었다.
곧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다. 그곳은 금산간디학교. 양희규교장선생님과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던 터라 조금 속도를 내야했다. 아내는 세 번째. 나와 태석이는 두 번째로 찾는 그곳 금산간디. 편안함이 묻어나고 꼭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 도착하자마자 교장실이 있는 윗학교로 올라갔다. 마침 교장선생님이 계셨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곧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 입학문제와 교육과정, 그리고 중요한 생태마을 이야기까지 우리가 듣고 싶었던 걸 그대로 다 들을 수 있어 일단 만족했다. 태석이를 계기로 우리들 삶터를 이곳으로 옮겨야 할지 모를 결정을 내려야 했기에 양희규교장선생님의 말씀은 우리에겐 무척 중요했다. 잠시 뒤에는 교장실로 이곳 생태마을 건축을 책임지고 있는 김실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금간간디 생태마을을 구석구석 안내해 주시고 설명해주셔서 우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 입학과 함
께 우리 부부의 삶도 바뀔 지 모르는 선택을 조만간 해야할 것 같다. 기대감도 크지만, 때로는 두려움도 크고 걱정도 많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했는데, 나에게는 더욱 이 말이 크게 와 닿는다. 기쁨과 고민을 안고 우리는 1박을 할 대전으로 향했다.
간디학교의 산 증인. 양희규교장선생님과 우리 식구
간디 윗학교 - 고등학생용, 가운데 보이는 다락방 같은 곳이 교장실
금산간디 생태마을 조성중인 1단지
금산간디 생태마을 조성 1단지 내 교장샘 집 앞
대전에 도착해서 남한에서 최고 크다는 찜질방을 찾았다. 들어가기 전에 저번 맥모임때 갔던 푸른채라는 샤브샤브점에 들러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3분 거리에 있던 동방삭이라는 찜질방을 찼았다. 일반 모텔에서 잘 바에야 이런 데 가서 몸도 씻고 쉬고 자보자며 한사코 아내가 설득하기에 마지 못해 들어갔다. 시설은 엄청 크고 넓었다. 평일이라 사람도 적었다. 그저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은 공주와 부여를 찾아 우리 태석에게 백제문화권을 경험하게 해주려 했다. 헌데 마침 길도우미(네비게이션)가 말썽을 피우더니 고장이 난 듯 했다. 그냥 김해로 돌아가려 하자 아내가 대전에서 서비스 센터를 찾아 고쳐 보자 해서 우여곡절 끝에 수리점에 도착했다. 다행히 30분만에 고칠 수 있었고 우리는 곧 공주박물관을 향해 떠났다. 40분이 채 안돼서 도착한 공주박물관. 아담하면서도 운치가 있는 공주박물관에서 백제문화의 향수를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어 찾아간 무령왕릉도 우리 아이에겐 큰 경험이었다. 책에서만 보던 그곳을 직접 찾아 몸으로 느낀다는 건 무엇보다 큰 경험일터.
공주 공산성 앞에서
무령왕릉 왕비시신 허리춤에서 발견됐다는 유리동자
2시가 넘어가면서 배가 고팠지만 부여를 가야했기에 차를 급히 몰아댔다. 30분이 지났을까. 부여박물관에 바로 들어갔다. 김해국립박물관과 비슷한 크기면서 오래된 것 같은 부여국립박물관에서 공주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와서는 배가고픈 우리 식구는 근처 중국집에 들어가 자장면으로 시장을 달랬다. 소박하고 시골내음 물씬 풍기는 중국집이었다. 마치 곱배기처럼 양이 많았던 자장면을 먹고는 힘을 내 낙화암이 있다는 부소산성을 찾았다. 나는 수학여행때 자주 찾은 터라 익숙했지만 우리 아내와 아이는 낙화암까지 가는 2.6km를 무척 힘들어했다. 하지만 백마강 풍경과 이어 아래 내려가 잠시 쉰 고란사 풍경은 지친 우리들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이윽고 고란사 약수를 마신 뒤에는 백마당 선착장으로 가 배를 탔다. 이 배는 낙화암 풍경을 안내해 주고는 정문쪽 주차장으로 안내해주는 유람선이었다. 짧은 15분간의 뱃놀이가 우리식구의 피곤을 달래주었다.
부여읍내를 돌다 생뚱맞게 여름철에 통닭집에서 과메기 개시한다는 것이 피곤에 지친 우리 식구들을
무척이나 즐겁게 해주었다.
오후 5시 30분쯤 되었을까. 이제 집으로 가야했다. 얼마남지 않은 방학. 개학준비를 해야하고 우리 아내는 당장 이틀 뒤, 학교보다 대학원을 먼저 가야했기 때문이다. 놀 생각에 아무 생각없은 우리 아이 태석이만 하루 더 놀다 가자 떼를 썼다. 내려 오는 길 벼락과 천둥, 폭우때문에 안전에 무척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 무사히 네 시간을 넘겨서야 겨우 김해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뜻 깊은(?) 여행이었다. 한편으로는 무척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이번 주에 결정할 큰 일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난 몇년 뒤,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져야 할지 모를 결정을 해야 한다. 머리가 복잡하고 걱정이 많아졌다. 빨리 결정을 내려 마음 가볍게 새학기를 맞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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