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어느덧 아이들과 함께 살아온 지도 일 년이 다 돼 간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 이제 겨울로 들어섰다.
우리 반은 어제 겨울의 리듬도 살리고 11월 한 달의 리듬을 매김하는 즐거운 '김치 담기' 행사를 했다.
일곱 분이나 찾아주신 어머님들 덕분에 올해도 쉽게 행사를 치룰 수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각자 개인 준비물을 빠짐없이 살핀 덕에 아이들은 쉽고 재미있게 김치를 담을 수 있었다.
자기가 담은 김치는 집으로 가져가고 서너포기 남은 김치는 따로 담아 어머님들이 준비해 주신 수육, 떡, 귤과 함께 맛있게 먹어치웠다. 조금 풍성하게 준비해 동학년선생님들과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
2주 전 학예회에 이어 김치담기까지 끝내고 보니 일 년을 벌써 마무리한 기분이다.
한 2주 동안 골치 아픈 문제들때문에 한동안 속이 상했는데, 오늘 모처럼 활짝 웃었다.
아이들을 돌려보낸 뒤 김치 담기 행사를 도와주신 어머님들과 잠시 차를 한 잔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공부얘기가 빠질 수 없다. 우리나라 어머님들에게 시험공부 성적이 최대 관심사인 것은 분명하겠지만, 때로는 맹목적이기까지 한 모습을 보면 겁이 덜컥 난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를 다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과정만으로 우리 어른은 왜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삼성과 대선, 학력위조들을 지켜보며 한 미국언론이 한국은 '성공에 미친나라' '성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하는 나라'라며 비난을 해댔다. 픽 웃음이 나왔다. 미국이란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인데 그래도 썩 기분은 좋지 않다.
큰 성공보다 작은 행복. 마테를링크의 파랑새 이야기는 어릴 적 수도 없이 들었던 어른들의 동화였지만, 우리 어른들은 늘 잊고 산다. 어른이 돼 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때문이었을까. 아님 그런 이야기는 교과서적인 교훈에 불과하다 생각한 탓이었을까. 아무튼 어제 하루 우리 반 아이들은 짧은 세 시간동안 파랑새와 함께 살았다. 무척 행복해 했다. 새삼 교육은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는 행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행복했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교사라면 늘 느낄 그 행복을.
'2006-12교사일기 > 2007년 교단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코칩 하나로 조용했던 교실 (0) | 2007.10.10 |
---|---|
좀 더 철저하고 좀 더 냉정하게 (0) | 2007.09.14 |
달라지고 있는 나, 달라져야 할 나 (0) | 2007.07.25 |
1학기를 돌아보는 학급살이영상 (0) | 2007.07.23 |
2007.1학기 학급마무리 잔치 (0) | 2007.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