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첫 수업을 했다. 서먹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볼 수 있는 수업을 해 보았다.
즐거운 생활에 어깨동무라는 간단한 노래도 보르고 인사놀이라는 것도 해 보았다.
교과서 내용은 서양 민속춤을 추는 내용이었는데, 다른 놀이로 대신했다.
지난 해 올해 연수를 받았던 연극놀이였다.
교실 가운데를 비워두고 음악소리에 맞춰 가볍게 걸어보기도 하고 가다 멈추는 동작, 빈 곳을 찾아
뜀도 뛰어 보며 서로를 느껴보았다. 아쉬웠던 점은 짝끼리 해 보는 활동이었는데, 생각보다 이 녀석들
남녀를 어찌나 가르던지 수업을 이끌기가 매우 어려웠다. 2학년 아이들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일까
나름 실망도 하고 2학년 아이들의 정서를 새삼 다시 느끼기도 했다. 올 해 내내 느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어진 수업은 국어. 그런데, 내 앞에 있던 백수민이 묻는다.
"선생님, 티비 안 켰는데요."
"으응, 선생님은 티비 안 켜고 수업해요."
순간 아이들이 클릭수업에 매우 익숙해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더구나 말하기 듣기 수업인데도
쓰기 바쁘다. 쓰지 않고도 말할 수 있고 말해 보자 하는데, 아이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말풍선 안에 글을 쓴다. 할 수 없어 그냥 지켜 보았는데, 발표할 때는 보지도 않고 얘기하는 아이가 대부분이었다.
생각한 것을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게 이야기 하면 되는데, 굳이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올 해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조금씩 보인다.
2학년 국어 첫째마당 말하기 듣기 수업의 목표는 '고운 말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고 알맞은 인사말을 할 수 있다'였다. 교과서에 담긴 상황은 지극히 단순해 상황극을 하기도 애매했다. 교과서 상황을 점검하고 자기 경험을 이야기 하며 한 마디씩 하는 수업으로 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 시간에는 자기 소개를 한 명씩 나와 해 보는 수업을 해 보려 한다. 오늘 한 두 명 나와 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적극적이었다. 이것 또한 2학년의 모습이라. 말하고 싶어할 때 마음껏 말하게 하고 말을 잘 못하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도록 신경 써서 안내해 봐야겠다. 되돌아보기와 더 나아가기 활동에는 상황묘사가 앞 시간보다는 자세히 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역할극을 부탁해 보려 한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모든 게 실험수업 같다. 2학년 아이들이 어떤지 우리 반 아이들은 또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기다려 볼 작정이다.
오늘 어제 개나리 통신에 이어 아이들에게 받은 학부모님 손전화에 인사문자를 보내드렸다. 고맙고 반갑다는 답장이 올 때마다 내심 기쁘다. 서연이 어머님은 동생을 출산한지 얼마 안 돼 도움이 되지 못할 것같아 미안한데, 아이가 어제 오늘 학교 갔다 와서는 무척 재밌어 하고 신나해서 선생님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하셨단다. 나 또한 고맙고 반가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하~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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