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8년 교사일기

내 별명은 '꽃진환'

갈돕선생 2008. 4. 1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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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이들과 국어시간에 삼행시 짓기 공부를 해 보았다. 생각보다 어려워 했다. 아직 일정한 궤를 가지고 낱말을 살려 글을 쓰는 일을 어려워 한다. 어휘력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낱말과 월이 이어져 하나의 벼름소를 가진 글이 될 수 있다는 데까지 익히는데는 훈련과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요즘 <독서 몰입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평이 좋아서 읽고 있는데, 몰입이라는 선입견만 없다면 정말 괜찮은 책으로 보인다. 미국 독서교육 실천사례인데, 철학적 바탕과 실천이 절묘하게 이어져 왜 해야 하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 그동안 읽었던 어떤 독서교육관련 서적보다 훌륭해 우리 모임 선생님들에게도 권해 보았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해 일정한 결과를 얻어내어 갔는지, 그것이 어떻게 검증되었는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내가 배워야 할 부분은 이것이다. 늘 말로만 교육이 어떻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으로 들어서면 막연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것을 몸에 배고 하나하나 작은 실천에서 검증받고 내 것으로 만들어 낼 때 나는 또 한 번 좋은 교사로 성장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공부하고 실천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사가 될 수는 없다.

 

오늘 현홍이가 꽃을 하나 뽑아와서는 나에게 진달래냐고 묻는다. 처음에는 나도 진달래 같았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철쭉이었다. 어디서 가져왔냐 물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저기서 아이들이 꽃잎을 뽑아온다. 학교 담장에 심어 활짝 핀 꽃을 뽑아와서는 이게 철쭉아니냐 묻는다. 철쭉이 맞다고 확인해 주었다. 진달래보다 잎고 크고 잎이 단단해 보였고 안에 점이 뚜렷해 확실하게 진달래와 구분이 잘 됐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꽃 진달래 같다. 빗속을 뚫고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들에게 꽃이 보였다니 놀라울 뿐이다. 얼마전 배웠던 진달래. 스스로 배운 것을 확인해 보려하는 아이들 마음이 정말 기특해 보였다. 공부하지 않았으면 정말 돌아보지도 않았을 꽃들에게 아이들이 관심을 보였다는 거는 나에겐 참 기쁜 일이다.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식구들과 환경을 돌아볼 줄 아는 아이는 분명 나밖에 모르는 아이들과 다르게 자랄 것이다. 교육은 이렇게 큰 틀에서 보아야 하고 아이들 삶을 가꿔 줄 수 있어야 한다. 시험이나 특목고다 0교시 수업이다 우열반이다 나누고 서열짓고 차별하는 교육은 아이를 망칠 뿐이다. 그 아이들에게는 협력보다는 경쟁, 합의보다는 내 주장, 배움의 사회적 환원보다 지식과 부의 축적만이 인생의 목표가 될 뿐이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오늘 쉬는 시간에 철쭉을 따오던 녀석 가운데 한 녀석이 내 머리에 나도 모르게 꽃을 꽂아 놓았다. 아니 얹어 놓았다는게 맞는 말일 거다. 아이들은 내 머리에 얹힌 꽃을 보고 웃는다. 한 녀석이 삼행시 배웠다고 꽃진환이라고 한다. 그러자 옆에 녀석들이 "꽃진환, 선생님은 꽃진환이에요."한다. 아이들은 꽃을 꽂은 어떤 바보를 연상하고 놀리는 거겠지만, 꽃진환! 얼마나 예쁜 말인가? 고맙다 했다. 꽃미남이나 마찬가지라고 둘러대대면서. 집에 갈 때까지 아이들은 나보고 "꽃진환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한다. 살다 살다 아이들에게 이런 별명을 받을 줄 생각이나 했겠는가.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다. 꽃진환, 꽃진환. 나에겐 어울리지는 않지만, 참으로 예쁜 별명이다. 어쨌건 아이들이 지어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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