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교사일기/2008년 교사일기

참으로 난감해....

갈돕선생 2008. 4. 18. 16:56

오늘 기분 좋게 하루를 마치며 아이들 하나 하나 인사하며 돌려보냈다.

그러던 중 맨 끝에 나가게 된 한 아이가 무작정 울어 버린다.

늘 우는 아이인 터라 울음을 그쳐달라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가뜩이나

말 투가 조용한 데다 우는 통에 무엇때문에 우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간신히

알아낸 바로는 학원시간에 늦었다는 거였다. 무슨 얘긴가. 금요일에 5교시를 한다는 것은

3월부터 학부모 안내도 하고 했거늘, 또 갑자기 오늘 왜?

 

갑자기 아이한테 화도 나고 무작정 울어대는 통에 소리를 질러대며 화를 내며 때론 달래기도 하면서

울지 말라 했다. 짐작은 했지만, 이 녀석은 더 울어 댔다. 울면 안 보내준다는 조건도

이 아이에겐 먹혀들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도 어이없이 웃음이 나는 건 내가 전화를 받으러 교실 밖을

나가면 울지를 않고 내가 들어오면 다시 울어댄다는 것.

 

우는 것도 참 힘든 일인데, 이 아이는 한 30분을 엉엉 울어댔다. 참으로 난감했다.

별 수 없었다. 나도 포기하고 울지 않을때 보내준다고 나름대로 고집을 피웠다. 울면서 돌려보낼 수는

없지 않겠냐며. 결국 우는 것도 지쳤는지 그때서야 왜 그렇게까지 울어야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늦게 가면 수학선생님에게 혼이 난단다. 늦게 오면 부모님이 걱정한다고 집에서 하는

학습지선생님의 말씀과 혼날 걱정때문에 울었단다. 그런데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은 건 지난 주까지도

5교시 수업을 했는데, 왜 오늘 이 아이가 이럴까 하는 거였다. 손바닥을 맞기도 했다는데, 이 아이가

무척 여린 탓일까. 부득이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받질 않으신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금요일은

5교시 수업이니 방과후 일정을 조절해달라 연락을 드렸다.

 

겨우겨우 달래서 보낸 아이에게 집에 들어가자마자 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한 20분이 지났을까.

전화가 왔다. 화를 낸 선생님이 미안하다고 했고 더 이상 울지 말고 말을 해달라 했다. 그러겠노라

얘기는 하는데, 아마 이 아이가 그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했다.

 

하~ 무작정 울어대는 아이를 달래는 일은 나에겐 참 난감한 일이었다. 오늘 이 이야기 말고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기분이 울적해 그만 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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