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유럽학교 탐방기

유럽학교탐방기 - 둘째날 이야기(3)

갈돕선생 2008. 5. 9. 14:21

베르사이유를 나올 무렵 해가 지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우리를 초대해주신 이부련선생님 댁에서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파리 외곽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멀기도 했지만, 좁고 차량이 많은 파리시내에서 한동안 거북이 걸음을 해야했다. 조금씩 밀려오는 피곤. 멈칫 멈칫 느리게 가는 차 안에서 나는 프랑스 파리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이따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마치 에버랜드에서 보아온 외국인들이 마치 연극을 하는 모습처럼 비춰졌다. 아직 이곳에 온 실감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런데 이런 어설픈 감정은 이부련 선생님 댁을 방문하고서야 비로소 깨질 수 있었다.

 

약 200년 정도 됐다는 건물을 직접 방문할 수 있어 무엇보다 영광이었고 독특한 체험이었다. 어렵게 찾아간 이부련선생님 댁안을 들어서면서부터 풍기는 음식은 식욕을 돋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내 예상은 여지 없이 빗나갔다. 된장찌게를 기대했던 나에게 이부련선생님이 차려주신 음식은 현지식이었다. 정성스레 차린 음식에 언뜻 손이 가지 않아 괜히 죄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식을 차려주신 이부련선생님의 뜻을 잘 알기에 나름대로 알차게(?) 먹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부런 선생님은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남편분과 함께 이 음식을 준비하셨다고 한다. 연세가 꽤나 됐을 법한 어른께서 직접 우리를 맞아주기위해 준비하신 음식이어서 더욱 고맙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 될 무렵에는 이부련선생님과 남편 분간의 러브스토리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기운을 돋구기도 했다. 자녀분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첫째 아들이 곧 대학에 입학할 예정인데, 학교에서 빠깔로레아에 대비하는 인터뷰 질문 열대엿가지를 소개해 주시는데 무척이나 인상이 깊었다. 아울러 모레 이후 시작될 학교탐방에서 공개될 수업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셨다. 감기에 걸리셔서 말하기가 불편하신데도 너무도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셔 우리들은 그 자체로도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고마운 저녁식사 초대를 마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가이드도 없어 우리가 직접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가야했다. 기여코 지하철 타는 곳까지 밤늦게 따라나선 이부련 선생님의 배려는 더욱 고마웠다.

 

 

 

 

 

프랑스 지하철은 정거장 사이 간격이 매우 좁다. 그래서 웬만한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는게 낫다고 한다. 프랑스 지하철의 특징은 안내방송이 없다는 것. 그래서 지날때마다 내릴 곳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릴때도 자동으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 차문에 달려 있는 단추를 직접 눌러 내려야 한다. 별 거 아닌데도 이런 문화차이가 조금은 불편하다. 하지만 이 불편도 하루 이틀 사이에 사라졌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것말고도 우리가 적응해야 할 것들은 많았다. 화장실도 대표적인 예이다. 화장실에 얽힌 이야기는 배꼽을 잡고 웃을 만한 것이 있는데, 이것은 다음으로 미룬다. 이날은 모두 지친 데나 늦게 숙소에 들어와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열 흘 가운데 처음으로 우리 초등 팀이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었다. 아~ 내일은 그 유명한 오르세 미술관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