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전초국모통신^.^

[사무국통신 33] 2012.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겨울연수를 마치고.....

갈돕선생 2012. 2. 1. 14:54

꼬박 일 년을 쉼 없이 달렸습니다. 사무국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감으로 시작한 일이 이제야 손에 익을 만 했는데, 이제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물론, 현장에 내려가서도 제게 맡겨진 일들은 최다 해서 처리할 작정입니다.

 

우리 모임의 일 년간 크게 하는 일은 계간지를 펴내고 연수를 치러내는 일입니다. 아울러 지역모임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일도 합니다.

 

문제는 이 일을 왜 하느냐 하는 겁니다. 일에 치여 일에 묶여 자기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지도 모른 채 살아가기 쉽지만, 우리는 결코 우리가 하는 목적과 뜻이 무엇이었는지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학교와 교실에서 우리말과 글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영어에 치여 천덕꾸러기로 떨어진지 오랩니다. 아이들 삶의 바탕인 우리말과 글이 천대받고 있으니 당연히 학교와 교실에서 주인이어야 할 아이들은 자기 삶과 꿈이 무엇이었는지도 깨닫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갑니다. 국어수업과 국어교육이 바로 서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시대에 뒤 처지는 이름이기는 하지만,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이 모인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초등이기에 국어교과에만 머무를 수도 없습니다. 아니 교육을 하는 사람이라면 교과주의에 빠져서도 안 됩니다. 그래도 아이들 삶을 위한 국어교육관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 아직도 나눠야 할 공간과 시간은 유효합니다. 우리 모임이 여기서 멈출 수만도 없는 까닭이지요.

 

당분간 집중연수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모임의 역량도 예전만 못하고 전임도 이제는 모임에서 내 보낼 수 없는 상태이고 무엇인가 새롭게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길에 누가 나서주기만 바랄 수는 없습니다. 전국에 계신 지역모임선생님들과 더 많은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제야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부 몇몇 활동가의 희생과 헌신으로는 더 이상 우리가 뜻하는 교육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함께 하는 길에 더 많은 분들의 참여와 관심을 바랄 뿐입니다.

   

이번 마지막 겨울집중연수에는 특별한 자리가 많았습니다. 먼저 우리 모임의 어른이신 염시열선생님의 퇴임을 축하(?)하는 자리였습니다. 함께 모임을 하시는 이현근선생님의 도움으로 얼핏 보았던 교사로서 염시열선생님의 지난 인생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참교사로서 우리말 우리글 지킴이로 살아온 염시열선생님의 건강한 행보를 연수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함께 기원하는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이어 임정자작가 초청 강연을 열었습니다. 원주에서 먼 걸음 해주신 임정자작가님의 소탈함에 두 시간이 짧을 정도였습니다. 작가로서 출발했을 즈음, 동화의 언어를 갖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힘들었다는 점과 동화작가로서 아이들에게 ‘마땅히 그려야 할 세상’을 그리고 싶어한다는 말씀은 교사인 저에게도 큰 가르침이 돼 주었습니다. 아이의 언어를 갖지 못한 교사, 교사의 언어로만 가득한 국어교과서. 우리가 임정자작가에게 얻을 수 있는 건 동화이야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에게 ‘마땅히 그려야 할 세상’을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두고두고 되새겨야 할 것 같았습니다.

 

 

첫 날 밤은 제가 기획한 일이지만 참으로 화려했습니다. 2011년 최고의 애니메이션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아니라 ‘소중한 날의 꿈’이었다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날이었습니다. 40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70년대 학창시절 그 때 그 아이들의 꿈을 이야기 하는 내용이었지만, 잃어버린 꿈을 되찾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을 응원하려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많은 걸 얻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영화 상영 뒤에 등장하신 안재훈 감독님과 나눈 대화에서 선생님들은 더 할 나위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오로지 한 길만 걸어온 장인의 모습에서 교사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새롭게 깨달았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은 학년별 국어수업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학년 강의실마다 스무 분 내외의 선생님들이 모여 학년연수를 받으시며 질문하고 토론하는 모습들이 정말 정겨웠습니다. 4시간이라는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이제 해마다 정회원 중심의 학년연수를 열어보자는 제안도 해주셨습니다. 한 분의 강의가 아니라 각기 다른 색을 지닌 선후배 교사들이 자기 수업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발표하신 분들이나 수강하신 분들이나 함께 배우고 나눈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 모임의 중심에 이 연수를 단단히 심어 가꾸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진 오후 강의에는 <나의 첫 국어사전>, <아름다운 가치 사전>을 펴내신 채인선작가님을 초대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두꺼운 사전, 답답한 사전 속에 가두어 두지 않고 살아있는 언어로 아이들 삶과 곁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했던 분의 이야기여서 모든 선생님들이오후시간임에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분의 노력 덕분에 많은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말놀이를 할 것인지, 어떻게 사전놀이를 할 것인지, 그래서 아이들의 어휘력을 어떻게 풍성하게 할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선생님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던 채인선선생님의 꿈은 우리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도 아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교사가 되고 싶기 때문이었지요.

 

 

 

저녁에는 모임총회와 뒤풀이가 있었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지역모임선생님들과 새롭게 모임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격의 없이 어울려 서로의 삶을 나누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마지막 연수라는 말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도 계셨고 신규교사로 참여한 선생님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고, 혼자 자료회원으로 조용히 참여하는 용기를 보여주신 분께 많은 선생님들이 달려들어 함께 하자며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볼 수 이어 좋았습니다. 마약과 같은 이 연수를 어찌해야 할이지 고민만 쌓여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연수 마지막 날의 풍경은 피곤함과 서운함이 가득했습니다. 그 자리에 ‘비폭력 대화’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실 김미경선생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국어교사모임의 회원이며 교사였던 그 분이 왜 ‘비폭력 대화’를 공부하고 이제는 전도사가 될 수 없었는지 잘 알 수 있는 강의였습니다. 그 분의 강의가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다 느끼고 생각하고 배우고 익혔던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잊고 생각하려 하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우리들을 꾸짖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 법을 새학년 새학기를 맞아 새롭게 다져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마음이 설레기도 했지요.

 

 

이제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제가 갈 길 바쁜 선생님들을 앞에 두고 일장 연설을 했지요. 우리 모임과 서로에게 응원에 박수를 쳐 보자 제안을 했더랬지요. 모두들 흔쾌히 크게 박수를 쳐주셨습니다. 헤어지는 길에 서로에게 고마움을 나타내는 모습들에서 새로운 힘을 얻었습니다. 조금은 어색한 그러나 고마운 마음으로 단체 사진도 찍었지요. 서둘러 떠나시는 선생님들의 뒷모습을 보며 사무국장으로서 우리 모임의 일꾼으로 올 한 해 살아갈 의지를 다져보기도 했습니다. 뒤돌아서면 외롭고 쓸쓸하기도 하지만, 뒤돌아선 자리에 이제 제가 만나야 할 아이들이 보이니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어렵게 힘들게 진행한 이번 연수를 통해 좀 더 많은 분들이 행복해지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기 때문이지요. 힘들더라도 서로 손을 내밀어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연수를 응원해 주신 모임선생님들에게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2월 1일

충남 금산 숲속마을에서 사무국장 박진환 사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