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계룡산 자락 한 끝에서 우리 모임 처음으로 대표자들끼리 1박 2일동안 조촐한 연수를 열었다. 연수라기 보다는 물론, 회의에 가까웠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의 위상변화가 예고되는 터에 초등모임이 어떻게 자리를 잡아나가야 하는지, 현재 우리가 가진 문제들과 전망은 어떤 것인지 서로 느껴보는 자리였다. 늘 집행하는 단위에서만 걱정하던 문제들을 지역대표자선생님들과 함께 나누면서 우리의 길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애당초 분명한 답을 얻기는 힘든 자리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 모임이 처한 현 주소를 우리 지역모임 대표자선생님들이 절실히 깨닫고 함께 할 수 있는 노력들을 찾길 바랐다. 장기적으로는 또는 당장 전임사무국장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모임이 각기 책임과 의무를 지면서 모임을 구성해 나가는 자발적인 모임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빠르게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었다. 언제까지 중앙단위 몇몇의 헌신적인 실천으로 모임이 만들어져 갈 수는 없다.
처음 우리 모임이 만들어진 원칙은 나눔을 통한 교육운동이었다. 지역모임이 함께 공부하고 전국에 있는 선생님들과 나누면서 우리가 가르치고자 하는 국어교과, 우리말 우리글 교육을 살려나가는 길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교육운동이라 여겼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전국에 있는 지역모임들이 나누기 보다는 소모임만의 활동으로 만족해 가는 모습들이 보였다. 중앙단위 사무국장 중심의 모임관리와 연수체제, 회지 발간, 그리고 한창 열풍을 몰고 왔던 대안국어교과서 작업이 오히려 지역모임 활동을 위축시키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이 있었다.
아직 뚜렷한 우리 모임의 조직체계에 대한 길은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초기 원칙들을 지켜가는 모습들을 우리 대표자들이 스스로 보여주면서 과연 어떤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찾아나가자 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찾아 보았다.
우선, 누리집에서 지역모임과 소통했던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지역 대표자들이 애를 쓰자 했다. 지역모임들이 자기들만의 카페운영을 하는 것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그들의 실천을 전국누리집에서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모임선생님들을 독려하고 이해시키자 했다. 자료와 이야기들이 넘치는 지역모임의 소통 속에서 우리 모임의 새로운 길도 열 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 모임회지에 좀 더 많은 지역소모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했다. 실천사례일 수도 있고 교단일기일 수도 있고 학교이야기 일 수도 있다. 모임이 무슨 공부를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가 회지에 생생히 실릴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모임들이 회지에 관심을 가지고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하자 했다. 우리 지역모임이 정작 우리 회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누리집과 회지, 그리고 대표자들과 소모임들의 적극적인 연수참여, 행사참여를 앞으로 기대해 본다.
박지희 회장님이 뒤풀이 말씀 중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셨다. 누리집에 참여하는 게 귀찮고 힘들고 회지에 실천사례 올리는 게 두렵고 꺼려진다면 우리가 왜 함께 모여 국어교과모임을 할 까닭이 없다는 것.
소모임 위주로 나가도 되는 모임들이 구태여 회비를 내가며 전국모임을 해야 하는 까닭, 하고 싶었던 까닭을
이 시점에서 우리 지역모임들은 새롭게 생각해 봐야 한다. 소수의 희생이나 헌신이 아닌 모두가 함께 일을
나누고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는 삶의 방식이 우리 모임의 가치와 전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직 우리 모임이 해야할 일은 많다. 이 나라 곳곳에 우리말 우리글이 좀 더 살아있는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전달되어야하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 삶을 가꾸고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소모임의 작은 실천들이 모이고
나누는 과정에서 비로소 우리의 뜻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번 대표자 연수는 이런 점에서 매우 뜻이 깊은
자리였다.
앞에서도 잠깐 다루었지만 사실 이번 지역대표자 여름연수는 우리 모임이 처음으로 해 본 자리였다.
늘 서울서 급하게 올려오신 지역대표자들이 2시간 남짓 회의를 하고 급히 내려가야하는 방식에서는 우리 모임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일이 아닌 삶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하겠기에, 부랴부랴
이번에 이 자리를 두려움을 무릅쓰고 만들어 보았다.
생각보다 적게 모이면 어쩔까 하는 두려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해 오히려 안하니 못한 자리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지역모임선생님들이 전국모임에 기대하는 애정은 남달랐다. 걱정과 달리 14개 지역 24명이에 달하는 많은 선생님들이 모여주셔 기획해던 나로서는 무척 고마울 따름이었다. 마음은 있으나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선생님들까지 치면 꽤 많은 수의 선생님들이 먼 길을 찾아주셨다.
각자 자기 소개와 모임 소개에 이어 전국모 상황을 공유하고 이어지는 저녁식사와 우리 모임에 대한 이야기까지 낮 2시부터 11시가 되기까지 우리 모임대표선생님들은 진지하고 즐겁게 회의에 참여해 주셨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중, 초등누리집 게시판은 전에 없이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함께 해주시겠다는 선생님들의 의지가 꽤나 빠르게 보이고 있다. 이제 남은 6개월 동안 이를 어떻게 조직해 좀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나와 우리 회장님에게 달린 것 같다. 어려운 일이다. 부담되는 일이다. 힘든 일이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고 맡겨진 일이라 해야하지 않겠는가. 묵묵히 나가보려 한다.
참! 올 겨울에는 정회원중심의 겨울집합연수가 진행될 예정이다. 중등과 함께 기획될 것이기에 기대가 크다.
그리고 가장 큰 기획은 내년 대표자여름연수는 제주도다. 좀 더 많은 대표자들을 모시고 제주도에서 큰 잔치를 벌였으면 좋겠다. 힘을 모아 애썼던 지난 일 년을 되돌아 보는 자리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전국에 계신 지역대표자선생님들께 그리고 함께 참여해주신 소모임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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