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부산교육연구소에서는 '그램책' 연수가 있었다. 김해선생님 네 분과 함께 다녀왔다. 석박사과정을 그림책으로 수료하고 있다는 이론가라는 선입견때문에 반신반의하고 갔는데, 생각밖으로 내용은 좋았다. 책만 읽은 사람이 아니었기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조현애라는 선생님 덕분에 지금 소개하려는 <<어린이와 그림책>>의 내용과 한창 읽고 있는 <<그림책의 이해 1, 2>>라는 책이 훨씬 뚜렷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마쓰이 다다시라는 세계적인 일본의 아동도서 전문가의 여러 글 중 우리에게 적합한 내용만을 골라 우리나라 그림책 전문가인 이상금교수가 펴낸 책이다. 인상 깊은 점은 마쓰이 다다시가 이 책의 저자 사례금을 일제침략기에 탄압을 받았던 수원 제암리 교회에 헌금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이가 보는 세상의 눈은 그만큼 진실과 평화에 다가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은 그림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단순히 유아가 보고 읽는 책, 어떤 이로움을 주는 책에서 벗어나 그림책은 그냥 '즐거운 것'일 뿐이라며 아이들이 그림책을 즐기게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랬지만 많은 어른들이 책 읽기를 강조할 때 책에서 무언가를 얻길 바란다. 지식을 얻거나 교훈을 얻거나..... 그래서 당장 아이들이 달라지길 기대한다. 그래서 달라지지 않을때 우리는 생뚱맞게도 책 무용론을 말하기도 한다. 정부에서 '독서 이력철'을 생각해 낸 것도 이런 천박한 독서관에서 출발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마쓰이 다다시는 바로 '오늘' 이해시키려 하지 말자고 강변한다. 행복을 맛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나눌 수 있음을, 어릴 때 그림책을 통해서 기쁨을 맛본 사람이 자신이 자녀에게도 그 기쁨을 전하려 할 것임을 얘기하고 싶어 한다. 또한 좋은 그림책은 귀로 고른다며 그림책 속에 담겨진 글이 어른들의 입을 통해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말로 전달될 때 그 가치가 더욱 커진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어린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어른과 책이 나쁠 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텔레비전과 같은 디지털 소음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진정 책을 가까이 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하는데, 첫번째는 좋은 책을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며 두번째는 아이들에게 직접 텔레비전을 끄게 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라 얘기한다. 기계가 사람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의식을 어릴 때부터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때라야 아이들은 책읽는 재미를 저절로 터득한다는 것이다. 마쓰이 다다시는 여기서 어른들에게 또 한마디의 충고를 잊지 않는다.
"학교에 입학한 뒤에 텔레비전만 좋아한다고 걱정해도 이미 늦습니다. 갓난 아이 때부터 길들여진 생활습관을 어린이 탓으로 돌려서야 되겠습니까."
그는 독서력은 글자를 일찍 읽히는 것과 무관하다고 얘기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풍부한 언어를 '듣고' 성장했느냐가 언어 능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부모가 책읽어주는 목소리가 곧 아이들의 언어와 독서능력에 큰 힘이 되어준다는 말한다. 이 밖에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법과 옛 이야기 들려주기에 대한 가치를 언급하고 있다. 연령별 그림책 고르기와 지도 방법이 주로 유아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책읽기와 어른의 역할, 그림책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데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아이에게 어릴 적부터 그림책을 좀 더 많이 읽어주지 못한 것이 내내 맘이 불편했다. 다행히도 우리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하고는 있지만 좀 더 어릴 적에 큰 경험을 해주지 못한 것은 미안할 따름이다. 지난 해는 옛이야기도 많이 읽어 주었다. 우리 아이가 나와 훨씬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읽어주지 않자 심드렁해 있다. 다시 읽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년엔 벌써 5학년이다.
반면, 우리 아이에게 못해주는 일을 요즘 나는 학교에서 하고 있다.
점심시간 끝나기 10분 전 '옛이야기 들려주기'는 폭발적인 호응 속에서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개봉 초기보다 관중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0분 옛이야기에 목숨(?) 거는 아이들이 꽤 있다. 그림책도 보여주고 있다. 비오는 날 '노란 우산'을 음악과 함께 틀어 주었을때의 감흥은 남달랐다. 이후 도덕 수업을 하다 읽어줄만한 그림책이다 싶어 '돼지책'을 보여주었더니 재밌는 그림에 꽤 좋아들 했다. 엊그제는 수업도 조금 미룬채 '까마귀 소년'을 읽어주기도 했다. 정말 글보다 그림에 집중하여 내가 보지 못한 부부을 읽어내는 아이들이 있었다. 서성거리며 집중하지 못한 아이들을 서너명 보게 되는데 그 아이들이 특징이 10분 책읽기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그 공통점이 책에 푹 빠져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마쓰이 다다시는 상상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서 찾았는데 아무튼 두고두고 관찰하고 꾸준히 그림책 읽어주기를 통해서 관찰해 봐야 할 듯 하다.
끝으로, 이 책은 단순히 그림책과 독서관만을 얘기해주지 않는다. 교육 전체를 아우르는 훌륭한 가르침의 말도 잊지 않고 전해 주고 있다. 우리 교사와 학부모들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말인 것 같아 옮겨 본다.
"교육은 어린이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문제다."
"어른들은 주로 약 20년 정도를 교육기간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 기간이 인생의 중요한 준비 가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종착역은 결코 아니다. 자녀의 인생은 사실 그 지점에서 새로운 출발점과 만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준비기간 이후의 인생이 무척이나 길어졌다. 자녀들은 그 이후 50-60년 동안을 스스로 힘과 생각으로 살아가야 한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부모님들은 잘 알고 있다. 지식이나 기술이 풍부하다고 해서 또 일류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성적에는 독서가 별 보탬 안 될 수도 있지만, 인생의 긴 여정에는 진정한 힘이 된다. 이것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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