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돕이야기 만들기/읽은 책 들려주기

협동과 소통의 '프레네 학교 이야기'

갈돕선생 2006. 11. 2. 16:31

 

다음 주 학급운영 모임에서는 '프레네 학교 이야기'라는 책으로 독서토론을 하기로 했다.

얼마전 7.5교육과정 문제와 더불어 '프레네 학교'를 소개한 동영상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사실 프레네 학교는 우리나라엔 생소한 이름이다. 10년 전부터 '발도르프 교육'이 유럽의 대안교육의 한 양상이라는 것이 조금씩 알려졌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발도르프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교사들조차. 오죽했으면 발도르프 연수를 한다고 하니 어떤 교육관계자가 그것도 골프연수의 하나냐고 물었겠는가.

 

이런 참에 프레네 학교는 더더욱 우리 교사들에게 생소한 이야기다. 나는 프레네 학교를 한 3년전 교육비평이라는 교육잡지의 소논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신선함을 느꼈지만 발도르프에 더 관심이 많았던 나는 언젠가 다시 한 번 그 논문을 볼 때가 있을 거라는 생각만으로 책을 덮었더랬다.

 

그렇게 3년이 지난 뒤, 우리 나라에 대안교육에 대햔 책자 중 하나에 또 잠깐 실려있더니, 내일을 여는 책에서 프레네 학교의 실천 사례로 책을 엮어 내기도 했다.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이 됐지만, 그만큼 프레네 학교 이야기를 우리나라에서 활자로 찾기란 극히 힘들었다.

 

이러던 차에 지난해 성장학교 별이라는 대안학교에서 세미나와 강연을 준비해 가며 힘들게 프랑스 프레네 학교에서 두 교사를 초빙하게 된다. 뒤늦게 알게 된 나는 연수에 참여하지 못한 걸 무척 아쉽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고맙게도 성장학교 별 측에서 당시 세미나와 토론 결과를 책으로 엮어 낸 것이다. 프레네 학교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업다시피한 우리나라 사정을 아는 나는 무척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발도르프 교육에 관심이 시들시들해진 나는 무엇보다 공교육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프레네 정신과 프레네 학교에 매우 호감이 갔다. 결국 이렇게 우리 모임 선생님들과 토론까지 할 수 있게 됐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올해 겨울이나 내년 여름에 프레네 학교에 관련 연수가 또 있을 예정이라는데 한번 관심을 갖고 참여도 해 볼 생각이다.

 

이제부터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는 프레네 학교이야기를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풀어놓아 본다.

 

프레네 학교의 핵심은 '협동'과 '소통'이었다.

 

이는 기존의 공교육이 서열을 짓고 구분하고 심지어 보이지 않게 차별을 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협동학습보다는 개별화, 수준별 학습에 관심이 많다. 평등교육보다 수월성 교육에 관심이 지대하여 평준화를 해체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얼굴 빤빤히 들고 튀어나오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하지만 프레네 학교는 협동이 없는 교실은 살아있는 교실이 아니라 한다. 무엇을 배울 것인가, 어떻게 배울 것인가, 왜 배울 것인지는 전적으로 학생이 선택하되 그 길을 잘 안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협력 또는 협동은 단순한 협동학습을 넘어선다.

 

연령을 혼합해 우리나라 복식학급 운영하듯 한다. 그 속에서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서로의 학습수준과 인지수준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돕고 협력하며 때로는 그들의 대표 6명이 교사 2명과 함께 학교의 재정과 수업의 방식까지도 결정짓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것이 공교육에서 실제로 하고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프랑스 정부도 이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부모의 신뢰는 기본이었다.

 

이런 체제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은 각기 다양하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는 것이다. 강제된 학습이 아니기에 자발적인 학습이 가능하고 그러한 자발성의 바탕 위에서 자신들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행복을 찾아나가려 한다는 프레네 학교 이야기를 보면서 무척 부러웠다.

 

프레네 교사에게 눈을 돌려 보자. 프레네 교사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프레네 정신에 입각해 조용히 때로는 열성적으로 서로 교류하고 교육에 헌신하고 있었다. 각기 흩어져 있는 교사들이 서로의 이해와 상관없이 자료를 나누고 그 자료를 다시 고쳐가며 완성된 교구와 자료를 공유하는 일은 매우 인상 깊었다. 단순히 인디스쿨처럼 자료만 공유되고 자료의 질에 관계없이 이어져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아이들을 보는 눈과 교육을 보는 눈이 함께 있는 뜻 있고 열성적인 헌신적인 교육집합체라고 보는 것이 더욱 어울릴 것 같았다. 프레네 교사들은 스스로도 교사라고 칭하기 보다 팀이라고 칭하길 바란다는 점에서 이 말은 크게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프레네 학교의 특징을 보면 수많은 자료와 교구들이 눈에 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한 교사나 뛰어난 어느 교사의 작품이 아니라 프레네 교사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교류하고 협력하여 오랫동안 수정을 거치며 만들어 놓은 자료라는 점이다. 이 책을 몇 가지 측면에서 자료활용의 예와 수업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우리도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거리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역사는 이제 스무살도 채 되지 않았다. 80년의 역사를 가진 프레네 학교,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발도르프 교육 등, 우리도 아직 갈길이 먼 듯 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공교육의 폐단과 부실을 딛고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는 모임과 사람들이 늘어만 하고 있다.

 

특히 프레네 학교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공교육에서 대안교육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하나의 교실을 떠나 때로는 정치성을 띠며 학교 밖에서 교사와 사회단체와 연대하여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공간과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우리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끝으로 성장학교 별이라는 곳으로 초대받은 프레네 학교의 교사 올리비아 플랑콤이 던져주는  말 한마디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할 때 단 한 가지의 길만 강조하고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머지 행복은 무시해도 좋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은 오늘 중간시험 결과로 실망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 아이들의 행복이 오로지 시험과 평가로만 해결될 수 있을까. 과연 높은 지위와 경제가치로만 우리 아이들을 행복한 내일로 안내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에서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입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지위와 조건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갈 때 느끼는 것이지, 지위나 자격으로 포장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